잊혀진 과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의 조각을 맞춰가는
일은 평생 지속될 겁니다

A   PERSONA   7

아스티에 드 빌라트 창립자,
이반 페리콜리·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

Sep 26, 2024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창립자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이반 페리콜리의 시선은 늘 과거를 향하지만, 그 영역은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과거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움이란 브랜드의 앞날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평생을 함께할 선생님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나요?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잊혀진 형태나 과거의 유물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요. 그것이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가진 개성이죠. 우리가 이해하는 아름다움은 정해진 것이 없어요. 물론 과거에는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 획일화 된 기준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 그 기준은 나라마다, 개인마다 변화무쌍해요. 결국, 우리는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만들어내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자연을 관찰하거나 과거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예요. 그 둘의 조화가 일관성을 가질 때, 우리는 "아, 이게 아름답다"라고 느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베누아) 일상을 살다 보면 이따금 자신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럴 때는 박물관으로 뛰어가기만 하면 돼요. 파리에는 루브르를 비롯해 멋진 박물관과 갤러리가 많죠. 베네치아 같은 아름다운 도시로 가서 예배당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렇게 하면 즉시 모든 생각이 제자리를 찾아요. 오랜 세월 속에서 전해 내려온 아름다움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니까요.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에 그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일종의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컬렉션이나 제품을 만들 때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합니다.

(베누아)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얻는 방법과 동일해요. 오래된 것을 들여다보고 해답을 찾죠. 과거는 너무나도 풍부하고 잊혀진 세계는 아주 깊어서 마르지 않는 영감을 주거든요. 최근 중세 시대의 레시피로 만든 네 번째 향수를 출시했는데요. 준비기간 내내 중세 시대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었어요. 주로 영감을 얻은 과거의 시대에 온몸을 던져 몰입하며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일상에서 더 평범한 것들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기도 해요. 방에 들어가서 고양이를 안고, 창문을 열고, 햇빛을 들여놓는 거예요. 방에 아름다운 카펫과 테이블이 있다면 더 도움이 되죠.

(이반) 최근에는 야채, 과일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새로운 컬렉션 오투스(Hortus)를 디자인했어요. 평소에 작업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난 매우 입체적이고 뚜렷한 무늬의 접시들을 만들었죠.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이라 제 생각이 다른 방식으로 열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세라믹, 향 관련 제품, 인쇄소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릅니다. 더 확장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이반) 책을 좀 더 깊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일전에 시작했다가 중단한 요리책도 더 발전시켜 보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음식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커피나 먹을 것과 관련된 영역으로 좀 더 뻗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베누아) 우리가 아직 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웃음) 무언가 한 가지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호텔 같은 큰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걸 수도 있죠.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표현하곤 하죠. 곧 서른을 앞둔 이 주인공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그는 무한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신의 과거에서 잊혀진 것들을 상기하려 하고 끊임없이 자아를 분석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저는 이 주인공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영화 속 캐릭터 제이슨 본 Jason Bourne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이슨 본처럼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주인공 역시150년이든 300년이든 계속해서 자신을 탐색할 거예요. 잊혀진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가면서 계속해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거죠.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자연을 관찰하거나 과거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 둘의 조화가 일관성을 가질 때, 우리는 "아, 이게 아름답다"라고 느끼고 확신하게 됩니다.”

약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브랜드를 운영하며 쉴 틈 없이 일해왔는데요. 쉬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꾸준히 아름다운 것, 예술적인 것, 그림, 조각,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창의적인 무언가를 할 것 같아요. 이 질문을 듣고 아티스트 세츠코 클로소프스카 드 롤라 Setsuko Klossowska de Rola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는데요. 제가 그에게 "휴가 때는 무엇을 했나요?"라고 물으면, 그는 "집에 머물면서 일했죠"라고 말해요. 그에게는 그게 삶이고, 곧 휴가이기 때문에 멈출 이유가 없다는 거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겐 은퇴라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해요. 일하지 않고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도 언젠가는 지겨워질 것 같거든요. 아무튼, 저는 계속 일을 할 거고 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것을 지칭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처럼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에는 신제품 컬렉션의 상업적인 성과에 따라 성패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하지만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고 성과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어요. 삶의 차원에서는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발전하고 있는지 등과 같은 잣대가 필요하죠.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내적으로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점에서 성공과 실패는 훨씬 더 측정하기 어렵고 물질적인 성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죠.

당신과 같은 커리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요?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과거의 작품을 배우고, 이를 현대와 통합하며, 이해하려 했어요. 그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마도 평생 계속될 거예요. 관심 있는 분야에서 탄탄한 문화적 배경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두 사람은 예술과 장식 예술 분야에서 그렇게 해왔고 과거의 작품에 흠뻑 젖으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이 바로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생겨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죠. 두 번째는, 나만의 스타일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말아야 해요. 스타일은 곧 자신의 성격이기 때문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저절로 형성되기 마련이죠. 이를 억지로 만들어내면 부자연스럽게 보이기 마련이에요. 나만의 스타일이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말고, 문화적으로 풍부하게 나 자신을 채우고 확신과 용기로 작업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요?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마세요. 물론 노력은 필요하죠. 게으르면 안돼요. 엔리오 모리코네 Ennio Morricone는 음악에 대해 ‘작품의 5%는 재능, 95%는 노력’이라고 했어요. 미술도 마찬가지예요. 꾸준한 연습과 학습을 피할 수 없죠. 손을 연습해야 하고, 용기와 야망을 품고 일해야 해요. 절대 다른 사람을 따라하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을 모방하면 소중한 자신만의 개성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 모두 화가를 꿈꿨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비지니스를 병행하고 있어요. 어릴적 꿈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이반) 아스티에 드 빌라트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경험했으니, 언젠가 그림을 그릴 시간이 올 거라 생각하고, 그날이 너무 늦게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언젠가 다시 그림을 그릴 것이고, 누군가가 그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 더욱 좋겠죠.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굳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괘념치 않을 것 같아요.
(베누아) 미련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에요. 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미련 역시 있을 리 없죠. 곧 화가가 되길 바랄 뿐이에요. (웃음)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준 멘토가 있나요?

함께 프랑스 예술학교 보자르 Beaux-Arts를 다니던 시절 우리를 가르쳐주었던, 동시에 베누아의 아버지인 피에르 카롱이 Pierre Carron이 가장 큰 멘토입니다. 그는 “최선은 좋은 것을 적으로 만든다”라고 했어요. 완벽만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마비시킬 수 있어요.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이상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반)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삶입니다.
(베누아) 과거보다 조금씩, 항상 나아지는 삶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퇴보하는 삶을 살기는 싫거든요.

에디터 김이지은
포토그래퍼 찬타피치 위왓차이카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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