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환이 수집하는
관점들

A   PERSONA   5

공간 디자이너·WGNB 대표, 백종환

Sep 12, 2024

의자

백종환은 건축가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의자를 수집한다. “여기는 알바 알토 Alvar Aalto, 저쪽엔 르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임스 Eames 부부까지 다 다른 디자인이지만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디자이너들로부터 탄생한 의자들이에요. 의자에 투영된 존경하는 거장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죠.” 백종환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알바 알토다. 아르텍 Artek사의 알토 테이블 하프, 알토 스툴, 체어 66, 체어 611이 세트를 이뤄 집무실 중앙 ‘알바 알토 존’을 이룬다. “건축 작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는 게 없는 분이었어요. 가구뿐 아니라 손잡이, 핸드레일, 창문의 틈까지 꼼꼼히 디자인했죠.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의자는 형태나 구조, 소재에서부터 탄생 일화까지 백종환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존재다. 집무실과 집 양쪽에 다 두었다는 바실리 체어가 대표적인 예.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가 학생 시절 자전거 강철관과 가죽으로 만든 샘플 체어를 방 한편에 방치해둔 것을, 교수인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가 극찬해 빛을 보게 되었다는 바실리 체어의 탄생 뒷이야기는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라’라는 자신의 철학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자전거의 요소를 의자로 활용한 브로이어도, 그 창의성을 알아본 칸딘스키도 모두 자신만의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본 것이죠. 그들의 관점이 없었다면 이 역사적인 의자는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자전거의 요소를 의자로 활용한 브로이어도, 그 창의성을 알아본 칸딘스키도 모두 자신만의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본 것이죠. 그들의 관점이 없었다면 이 역사적인 의자는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어린왕자 

10년 전 WGNB를 창립할 때, 고민을 털어놓을 멘토가 없던 백종환은 책 <어린왕자>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지금까지도 그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훌륭한 멘토가 되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여전히 새로운 미문들을 발견하지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다. “보아뱀과 코끼리 그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자를 떠올리죠. 이 그림 안에서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관점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예요.” 이 그림을 자신의 팔에 타투로 새길 만큼 백종환의 어린왕자 사랑은 유별나다. 그의 사무실에서는 10년의 세월이 담긴 어린왕자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언어로 쓰인 책부터, 다양한 일러스트, 마그넷, 각종 피규어까지 아우른다. 그중 가장 아끼는 것은 오랜 클라이언트이자 테디베어 뮤지엄의 관장님이 그를 위해 만들어준 세상 단 하나뿐인 어린왕자 테디베어다. “제가 어린왕자를 예찬하고 다녔더니, 어린왕자에 관련한 선물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웃음) 일과 삶에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이라면, 그리고 디자이너라면 더더욱 어린왕자를 찬찬히 읽어 보길 권합니다.”

백종환의 체어 위시 리스트 3


PK25 라운지 체어 1951 PK25 Lounge Chair 1951 by 폴 케헬름 Poul Kjaerholm

강판 한 장이 의자가 될 수 있다는 남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의자. 한 평면에서 시작해 그 안에 패턴을 디자인하고, 오리고, 벤딩해 구조를 만들어냈다. 백종환은 이 의자가 폴 케홀름의 졸업 작품이라는 점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 Dansk Møbelkunst Gallery


파이미오 암 체어 Paimio Armchair by 알바 알토 Alvar Aalto

1931년 핀란드 파이미오에 위치한 결핵 요양원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로, 우드 밴딩이 주는 탄력 덕에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휴식하는 환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곡선이 주는 유려함에서 아름다움을 넘어 따뜻함을 느낀다고. 의자에게 필요한 모든 기능을 완벽히 갖춘 작품이다.
📸 Artek


하우 하이 더문 & 글라스 체어 How high the moon & Glass chiar by 시로 구라마타 Kuramata Shiro

크롬 철망이나 유리와 같은 소재 자체를 의자 형태로 만든 작품들이다. 백종환은 시로 구라마타의 대표적인 두 의자를 통해 물성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와, 인식과 사고를 유발하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 WA Design Gallery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Recommended

A PERSPECTIVE is a digital content platform developed througha partnership between Magazine B and Pole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