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경험은 일하는 나를
성장시킵니다

A   PERSONA   20

스테이폴리오 CEO, 장인성

Dec 26, 2024

브랜드 마케터로 25년간 일해온 장인성은 단 한 번도 초보자가 되길 주저한 법이 없다. 그가 스테이폴리오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다시금 출발선에 섰다. 전보다 시야를 넓혀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삶 전반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으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 또 한번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일을 애정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터라 배달의민족 퇴사 후 호흡을 고를 거라 예상했는데, 바로 복귀했어요.

퇴사 당시에는 1년은 쉬면서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웃음) 퇴사 이후 어느 날 그란데클립 김봉진 님께서 전화로 ‘스테이폴리오 한번 맡아보실래요?’라고 물으셨어요. 이전부터 스테이폴리오의 서비스를 좋아한 데다가 건축에 흥미가 깊었어요. 합류하게 되면 건축가들 가까이에서 뭔가 재미난 일을 할 수 있을 듯해 재밌어 보였죠. 대한민국의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스테이를 직접 알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0.5초 아니 0.1초 만에 ‘재밌겠는데요’라고 답했어요.

어쩌면 스테이폴리오로의 합류보다 11년 만의 퇴사를 결정하는 게 더 쉽지 않았을 듯해요.

꽤 긴 시간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밌어할 만한 일들을 벌리고, 그를 통해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이 참 좋았어요. 어떤 일을 할 때 ‘재밌다’는 감정은 그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일로 인해 무언가 바뀌는 느낌을 받을 때 찾아오는 것 같아요. 퇴사를 결정할 무렵 그러한 재미를 많이 상실한 듯해요. 인생에 변화가 필요했죠.

책 <마케터의 일>에서 “초보가 된다는 건 세계가 넓어진다는 일”이라 말한 바 있죠. 스테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초보가 된 셈인데, 설렘이 느껴지나요?

초보 대표가 되어서 정말 좋아요. 스테이폴리오 대표직 제안이 좋고 반가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소규모의 회사를 온전히 맡아볼 기회였기 때문이에요. 마케팅에 대한 뷰도 달라졌어요. 여기서 마케팅은 진짜로 돈 버는 일이어야 하죠. 지금은 일부러 한눈을 가린 채 마케팅, 브랜딩을 덜 보려 하고 있어요. 사업적인 관점에서 이 서비스가 더 성장하고 수익을 올리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그를 통해 회사 구성원들이 발전하는 방법을 넓은 시야로 고민하는 중입니다.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스테이를 보다 편리하게 발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거듭 노력하고 있어요. 예민한 사용자라면 저희 앱이 이전보다 많이 바뀌었다는 걸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스테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일상의 집과는 다른 공간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제시하는 곳이요. 마당이 있는 숙소, 식물이 가득한 스테이 등을 경험했을 때 실제 자신이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인 지 알 수 있죠. 또 나를 발견하는 계기를 주는 곳이 좋은 스테이는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스테이에서의 하루가 인생의 큰 가치관을 좌우하기도 하죠. 제게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보낸 하룻밤이 참 특별했어요. 4~6평 남짓의 스테이에 2층 침대와 작은 냉장고와 싱크대, 화장실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삶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훗날 어떤 일이 생겨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할지라도 ‘그게 끝은 아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일의 선택권을 가지려면 유능해져야 해요.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좋아야 하죠. 이건 자기 효능감과도 연결돼요.”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설득력 있는 사람이요. 리더로서 구성원에게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감시하며 일을 진행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리더가 없어도 일들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들은 변수가 많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잖아요. 시시각각 계속 지시하고 업데이트하며 수정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또 설득 당하며 비전을 제시해야 해요.

조직 내부에서 일에 대한 확실한 동기화가 이뤄지겠군요.

우리는 모두 일부를 아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대표도, 팀장도, 마케터도,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일부를 아는 사람이고 각자 아는 범위가 다르죠. 대화를 통해 각각의 다른 범위를 이해하고 설득하며 합의를 끌어내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믿어내는 일이 리더에게 필요해요.

끊임없이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일을 통해서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서비스에 도움이 된다는 감각이 좋더라고요. 이런 자기 효능감이 없다면 자칫 무력해지기 쉬워요. 잠시 쉬는 동안 에너지가 가라앉는 걸 느꼈어요. 지난해 개인적으로 레어로우와 협업한 팝업 오피스 <말랑한 오피스>도 혼자 고민하기보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어요. 제가 일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할 때 영감이 되는 것들을 공간에 그대로 채우려고 했죠. 덕분에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샘솟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는 편인가요?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일하는 것도 노는 것처럼 재밌고 놀 때의 즐거운 경험이 일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여행 속 어느 호텔에서의 하루, 뮤직페스티벌에서의 흥겨움이 쌓여서 제가 일하는 데 도움을 줘요. 이런 휴식의 경험이 일하는 나를 키워준다고 생각하니 일상도 더 재밌어요. 물론 이건 일과 삶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일과 삶을 연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누군가가 ‘워라밸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밸런스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문제는 아닌 지 되짚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업무 자체로 즐거운 일을 찾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가 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일의 선택권을 가지려면 그만큼 유능해져야 해요. 유능하다는 건 똑똑함을 말하는 게 아니예요.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좋아야 하죠. 앞서 말한 자기 효능감하고도 연결된 지점이에요. ‘다음번에도 저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일에 대한 자신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거예요. 선택권이 생긴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나아갈 수 있죠.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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