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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3, 2025
조성림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공예의 가치를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숍 ‘월 WOL’을 운영한다. 20대에 디지털 마케팅 회사 ‘마이테이블’을 창업하며 빠르게 일을 시작한 그는 온라인에서의 뾰족한 일들 사이에서 물성과 사람의 온기가 깃든 것들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문을 연 ‘월’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공예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장소가 되었다. 겉보기에 전혀 다른 두 일을 병행하지만 그는 오히려 일과 일 사이에서 균형과 휴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조성림이 말하는 ‘공예다운 마음’의 본질이다.
어떤 공간을 상상하며 월을 만들었나요?
일본의 디자이너 오가타 신이치로 Shinichiro Ogata가 1990년대에 만든 레스토랑인 ‘히가시야마 도쿄 Higashiyama Tokyo’와 같은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식만 먹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레스토랑을 디자인했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죠. 다른 업종이긴 하지만 그곳처럼 단순히 무언가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했어요.
그 중심이 되는 ‘취향’은 처음부터 공예와 예술이었나요?
지금의 월을 보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처음엔 아니었어요. ‘Work Of Lif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로 다른 일들이 연결되는 공간을 구상했거든요.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월을 오픈하자마자 애석하게도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웃음) 하지만 오히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주변의 사물과 물건에 더 애정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공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그 흐름 속에서 공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게 되었죠.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으면 시선도 달라지잖아요. 월을 운영하며 공예와 예술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엔 제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전시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작가, 공간, 관람객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의미가 생기니까요.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달았고요.
“매일 같은 작업 속에서 의미를 찾고, 기쁨을 느끼는 작가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어요. 어떻게 보면 수행에 가까운 삶 같기도 하고요. 작가들의 정성스럽고 꾸준한 태도에서 많은 걸 배우곤 합니다.”
월은 단순히 공예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 브랜드의 팝업이나 시음회를 여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어요. 이런 기획의 시작점이 궁금해요.
월을 7년 정도 운영하다보니, 어떤 걸 봐도 공예적으로 보는 관점이 생긴 것 같아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원영적 사고’처럼 저만의 ‘공예적 사고’가 생겼다고 할까요?(웃음) 월 삼청점에서 일본의 의류 브랜드인 야에카 Yaeca의 팝업을 선보일 수 있던 것도 공예적 사고 덕분이에요. 야에카는 매일을 거듭해 입으며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인데, 그 가치가 제가 생각하는 공예의 본질과 겹쳐졌어요. 공예적인 철학이 있다면 패션 브랜드라도 월에서 소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공예적 사고라니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공예적 사고로 시작한 또 다른 전시를 소개한다면요?
공예는 결국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닿는 작업이에요. 만드는 시간과 과정에 진심과 온기가 담겼다면, 저는 그것도 공예라고 봅니다. 최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예가 롱페이 토세이 왕 Longfei Tōsei Wang의 개인전을 열었어요.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덴마크에서 자랐는데, 덴마크의 흙으로 전통 중국 차도구를 만들어 동서양의 미감을 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만든 차도구를 활용해 코펜하겐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라카브라 La Cabra’의 시음회도 진행했죠. 저는 농장에서 커피 체리를 재배해 수확한 순간부터 로스팅과 추출을 거쳐 한 잔이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도구와 음료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 모두에 ‘공예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유독 마음이 끌리는 작품의 공통점이 있나요?
작가님을 보고 작품이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작은 디테일, 마지막 마무리까지 세심하고 집요하게 살피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월을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작품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고요. 금속 공예 하시는 박미경 작가님 작업을 특히나 좋아해요.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완벽히 챙기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어요. 장인의 태도로 섬세하게 작업을 완성하는 공예가들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집요하고 섬세한 공예가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걸 느껴요. 저는 공예 큐레이터나 애호가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작가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웃음) 공예는 특히 반복적인 작업이 많잖아요. 작업을 묵묵히 계속 이어가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저는 다양한 일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더 큰 경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매일 같은 작업 속에서 의미를 찾고, 기쁨을 느끼는 작가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어요. 어떻게 보면 수행에 가까운 삶 같기도 하고요. 작가들의 정성스럽고 꾸준한 태도에서 많은 걸 배우곤 합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있나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해요. 얼마나 진심을 다해 일했는지는 결국 제가 가장 잘 알잖아요. 충분한 고민 없이 편한 방법으로 타협하는 순간, 저를 속인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도 진정성을 다 알아차리더라고요. 그래서 전시든, 클라이언트 일이든 늘 진정성 있게 임하려고 해요. 결국 중요한 건 태도인 거죠. 무엇을 하든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임하면, 그 마음은 꼭 닿는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