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을 통해 인간다움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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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상재 공동 대표 겸 기획자, 최주연

Dec 12, 2024

최주연은 타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온 건축자재 회사 윤현상재를 문화, 예술의 근간을 고민하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그는 세상을 둘러싼 물성에 감각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 갈망, 메커니즘을 결합해 전시라는 유형의 기획물을 선보인다.

타일 전문 건축자재 회사 윤현상재는 왜 2011년 불현듯 갤러리 스페이스 비이 SPACE B-E를 열었나요?

윤현상재를 찾는 고객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혹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대중입니다. 당시 윤현상재를 객관화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희는 영업을 잘하는 조직은 아니었어요. 경쟁의 시대에서 소비자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계속해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저희 주 고객층이 좋아하는 건축과 예술 영역의 전시를 풀어보고자 기획한 공간이에요.

타일 회사가 운영하는 갤러리이기에 일반 갤러리와 차별점을 명확하게 가져야 했을 것 같은데요.

방대한 예술을 무조건적으로 논하기보다 ‘Arts and Architecture are inspired by materials’ 예술과 건축이 물성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전제 아래 전시를 이끌어갑니다. 물성은 인간의 성격이나 감성처럼 그 재료가 갖는 성질이잖아요. 이것을 탐구하며 그 안에 사람들의 정서, 심리를 집어넣고자 합니다. 다양한 물성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그것들이 공간 안에 녹아내려 조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과정 전반을 탐구하는 것으로 확장하기도 하고요. 윤현상재가 타일을 팔고 있지만 타일만 다루는 회사는 아니길 바라죠.

스페이스 비이를 열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현실이 판이했죠. 2010년대 초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었고, 2015년에 이르러서야 국내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요. 그럼에도 좋은 전시를 계속해서 선보인 원동력은요?

시장 반응이 지금만큼 열광적이지 않았어요. 조금 외로웠달까요? (웃음) 그 때도 지금도 저희는 지속 가능함을 고민의 큰 축으로 삼고 있거든요. 그렇기에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는 신념은 뚜렷했습니다. 디자인은 미래를 추구하는 산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 역시 끊임없이 영감을 얻고 싶고요. 가끔 팀원들에게 ‘영감 안경 어딨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죠.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디자인이 선진화되기 위해서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된다고 봐요. 온라인 혹은 어느 공간에서 보고 얼추 비슷하게 따라 만드는 아름다움에 좀 지쳤달까요? 진정한 영감은 좋은 음식을 꼭꼭 씹어 먹은 뒤 소화가 되고 신체에 영양분이 되는 과정과 닮은 듯해요. 무언가를 보고 영감을 얻고 그게 내게 들어와서 온전히 소화돼 다른 아웃풋으로 나와야 하죠. 제게 전시도 같은 맥락이에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자, 답을 찾는 여정이었기에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제가 감동받는 공예 작가들, 작품 역시 이와 비슷해요. 단순히 아름다움 이상의, 저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드러나는 것들을 흠모하죠.

“성공지향적인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물, 무언가를 바라볼 때 애정을 갖는다면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거든요.”

드러나지 않는 감정, 혹은 무용의 존재를 전시로 길어 올리는게 쉽지만은 않죠.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시대 정서를 전시에 반영하고자 늘 노력합니다. 최근 전시는 휴머니티와 관련된 것들이 많아요. 결핍과 상실, 메마른 감정을 단비 같이 적실 수 있는 전시를 생각했죠.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는 멀어지고 사물과는 가까워진 현상에 주목해, 자신만의 테이블을 둘러싼 위요감에 집중했어요. 찻잔, 와인잔에서 느껴지는 촉감적 위로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아본다면요?

홍익대학교 이상훈 교수님과 협업한 2017년 전시 <RE:SPECT>가 늘 생각나요. 타이틀처럼 사람과 사물을 평가하는 ‘스펙’의 정의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 전시였어요. 세상은 언제나 양극단의 기준이 공존한다고 봐요. 개인을 바라볼 때조차 사람의 내면, 진정성이라는 기준과 학벌, 재산 등의 프레임이 상충하잖아요. 더욱이 최근에는 양극화가 개인의 생각, 신념을 넘어서 꽤 큰 사회 문제로 자리하는 터라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죠. 공예 작업에 활용하고 남은 소재나 다이소에서 파는 저렴한 와인잔 등을 활용해 새로운 기물을 만들고 선보이는 전시와 함께, 원데이 레스토랑을 운영했어요. 작고 찌그러진 전시 기물을 사용해 식사하는데 사실 전 굉장히 불편하더라고요. 전시를 기획한 저 또한 어떠한 저항감을 느꼈죠. 그런데 그 과정을 극복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불편함이 필요했구나, 불편하기에 더욱 가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했어요.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은 사회가 붕괴하는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밸런스를 고민하는 일, 그 불편함을 계속 상기해야 하는 시점이라 봐요.

과정에 의해 결과가 전복되는 전시였네요. 그러나 그게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과정이 엉망이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모두 좋게 기억하는 시대니까요.

결과도 중요하죠. 타인의 평가에 초연하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고, 항상 의식되지만, 초연하려 노력해요. 그래야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전시 메시지를 중요시해야, 결과가 초라하더라도 저희 팀이 만족하고 웃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참여 작가님들께도 “저희는 작품을 잘 파는 갤러리는 아닌데, 좋은 메시지를 주기 위해, 공감을 위해 전시를 기획한다”고 말씀드려요. 앞서 말했듯 지속 가능함이 중요한 화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잠깐의 반짝이는 무언가를 위해서 활동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보다 장기간의 전략, 철학이 필요하죠.

이러한 방향성을 조직 구성원, 작가들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대표님만의 협업의 기술이 있나요?

이따금 전시 기획 의도 때문에 작품을 공간 구석에 놓아야 할 때도 있고, 연출이 더해져야할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기획자는 지휘자이자 악역을 맡게 돼요. 이때 작가님께 전체 전시 기획을 정확하게 설명해 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객관화된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협업에 앞서 우리가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키워드를 텍스트로 정리하는 일을 선행하죠. 또 전시를 준비하기에 앞서 저는 작가님 대부분의 작업실을 방문해요. 작가님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혹여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운함이 생기더라도 전시가 펼쳐졌을 때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껏 이렇게 전시를 꾸려왔어요.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애매한 타협은 애매한 결과물을 낳아요.

2024년 스페이스 비이를 이끄는 것을 넘어 윤현상재 공동대표로 부임하기도 했죠. 리빙 디자인 신을 이끄는 리더로서 고민이 있다면요?

앞서 말씀드렸듯 리빙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양극화 시대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전세계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하이엔드 브랜드, 스타 디자이너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그들을 추앙하며 쫓기 바빠야 한다면 사회 구조가 허물어질 것이라 봐요. 윤현상재 역시 럭셔리 브랜드의 타일, 마감재를 취급하고 있지만 저희가 추구하고 기획하는 문화, 예술을 통해 꼭 비싼 브랜드, 물건을 총집합 시키지 않아도 세상을 호기심 있게 들여다보는 문화가 피어나길 바랍니다. 세상의 중심축을 들여다봄으로써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흐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같은 커리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사회 전반에 인간다움이 사라지는 게 슬픈 것 같아요. 성공지향적인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물, 무언가를 바라볼 때 애정을 갖는다면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거든요. 눈으로만 보고 해석하고, 머리로만 생각해 아웃풋을 내는 것은 공감을 자아내기에 너무 짧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심장이 뛰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윤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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