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연을 이완시키는 내추럴 와인과 피크닉

A   PERSONA   18

윤현상재 공동 대표 겸 기획자, 최주연

Dec 12, 2024

내추럴 와인

일상에서 긴장감을 자주 느끼는 최주연에게 와인은 몸과 마음에 이완을 주는 술이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저와 와인 한 잔 마시는 걸 참 좋아하셨어요. 이후에 폐암으로 투병하셨는데 몸이 안 좋아지시니 자연스럽게 술을 끊으시더라고요. 참 슬펐어요.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 한 잔을 마시다가 평온하게 생을 마무리하는 꿈을 꾸곤 해요.” 다양한 음식에 컨벤셔널 와인을 주로 페어링해온 그는 지인들과의 포틀럭 파티에서 우연히 맛본 내추럴 와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마주했다. “떨떠름하고 부드럽지 않은 내추럴 와인 특유의 느낌이 좋았어요. 결핍이 있는 와인이랄까? 근데 요리와 합을 맞추니 또 하나의 음식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더라고요.” 다양한 내추럴 와인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그는 최근 프랑스 루아르 Loire 동쪽에 위치한 상세르 Sancerre 지방의 생산자 세바스티앙 히포 Sebastien Riffault 내추럴 와인을 즐겨 마신다. 생선, 파스타, 오이지 등 어떤 메뉴에나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풀 향이 감도는 씁쓸한 맛, 혀 끝에 감도는 적당한 끈적임이 좋다. “저는 성실한 사람처럼 꾸준함이 깃든 것을 좋아해요. 와인도 숙성의 시간을 통해 깊이감을 지니게 된 것들이죠. 시간, 상황에 따라 맛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점도 좋더라고요. 참 매력적이에요.”

“저는 성실한 사람처럼 꾸준함이 깃든 것을 좋아해요. 와인도 숙성의 시간을 통해 깊이감을 지니게 된 것들이죠.”

피크닉 

전시의 주제, 내용을 탐구하면서 시간이 소요되고 지체될 때 최주연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문제가 아닐까?” 고민한다. 무엇 하나 대충 넘기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하지만 일 속에 삶이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더욱이 쉼은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최주연이 가장 손쉽게 즐기는 휴식의 방법은 피크닉이다. 한강, 올림픽공원, 서울숲 등 도심 속 자연을 찾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음악을 틀어두고 멀리 강만 바라보다가 돌아올 때도 있어요. 휴대폰도 잘 안 하는 편이죠. 피크닉 온 옆 그룹의 즐거운 대화,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편안히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그에게 피크닉은 청각 뿐 아니라 촉각적으로도 행복한 자극을 건넨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물성마저 감각하듯 온도, 습도, 바람에 예민한 그는 찬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즐긴다. 또한 피크닉 중 와인, 음식을 즐기기 위해 입술과 손에 닿는 컵과 그릇 등도 아름다운 기물들로 선별하는데 짐을 꾸리는 과정마저 행복감에 빠지게 한다.

최주연의 피크닉 아이템 4



와인쿨러, 코우타 후쿠나가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자작나무의 밑동을 활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코우타 후쿠나가 Kouta Fukunaga의 와인쿨러다. 나무가 지닌 조형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을뿐더러 수묵화처럼 여린 색을 드러내 매력적이다.



술 항아리, 이찬우

내열성이 강한 파이렉스 글라스를 불에 녹인 도구로 성형하는 램프 워킹 기법으로 기물을 만드는 이찬우 작가의 작품이다. 순간의 감성과 지나온 작업의 익숙함으로 작품의 형태를 완성하는 작가의 예술성이 느껴진다. 와인 반 병이 들어가는 사이즈로 혼술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윤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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