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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스 대표, 최승민

Jan 8, 2026

26년 역사의 하이엔드 건자재 브랜드 두오모앤코는 지난해 리브랜딩을 통해 ‘파르스’로 변모했다. 대대적인 변화를 이끈 파르스 대표 최승민은 럭셔리를 화려함이 아닌, 일상에서 지속되는 가치로 정의하며 공간 경험의 확장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대표 취임 3년 만에 단행한 리브랜딩을 계기로 컬처 사업부를 신설하고, 가구·공예·음식·예술을 아우르는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이러한 의식에서 비롯됐다. 조금 느려도 꾸준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의 힘을 믿는다고 말하는 그는 거시적 관점에서 관계를 다지고 문화적 경험을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이 아닌 이곳으로 초대했어요. 어떤 공간인가요?

사옥 8층에 만든 이 공간은 아가페까사 Agapecasa라는 가구 브랜드의 쇼룸이자 레지던스입니다. 건축자재를 다뤄온 파르스 Pars가 2025년 처음으로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며 선보인 공간이죠. 고객에게 실생활에 가까운 연출 방식을 제안하고자 거주 공간의 형태로 꾸몄어요. 이곳으로 초대한 이유는 새로 완성된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가구는 모두 아가페까사 제품으로 구성했지만, 벽에 건 작품과 선반 위의 오브제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작품들이에요. 제 취향도 함께 드러낼 수 있어서 인터뷰 장소로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집처럼 아늑한 공간이네요. 작품 콜렉팅이 취미인가요?

콜렉팅이라 하기엔 거창하지만, 공예품을 정말 좋아해요. 세라믹 소재라면 더더욱이요. 이곳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은 이천수 작가의 항아리 오브제예요. 도자기 자체의 힘이 굉장히 좋아서 한눈에 반한 작품이죠. 유약이 흘러내리는 느낌과 거친 형태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마음에 들어요. 벽에 걸어 둔 이가진 작가의 작품 역시 언뜻 보면 회화 같지만, 사실 세라믹이에요. 다 같은 청자 유약을 발랐지만, 그날의 기압, 온도, 습도에 따라 모두 다른 색이 나온거죠. 도자기는 작가가 아무리 공을 들여도 온전히 의도대로 만들 수 없는데, 저는 그런 의외성과 우연성을 좋아해요.

작품을 고르는 취향이 확고한 것 같아요.

제 선택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명확하게 알아요. 예술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음식도 마찬가지죠. 좋아하는 대상은 더 유심히 보고, 그만큼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럭셔리, 하이엔드 자재를 다루는 것이 곧 비싸고 화려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점이에요. 저희가 말하는 럭셔리는 일상 속에서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문화를 경험하는 데에 가깝죠.”

2025년은 대표님에게 정말 바쁜 한 해였을 것 같아요. 두오모앤코의 25주년을 기념해 브랜드명을 파르스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했잖아요.

파르스는 라틴어로 ‘부분’, ‘조각’을 의미합니다. 타일 같은 건자재를 판매하며 시작한 두오모앤코의 원점으로 돌아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큰 틀 안에 다양한 조각들이 모여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몇 년 새 한국 리빙 업계의 수준은 빠르게 높아졌고, 이제는 좋은 제품을 소싱해 아름답게 전시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리브랜딩과 조직 재정비를 하면서 컬처 사업부를 신설한 이유죠.

컬처 사업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F&B를 기반으로 문화적 맥락을 읽고 이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하는 팀이에요. 이제 막 만든 부서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글로벌 멤버십 클럽인 소호하우스 Soho House와 협업해 쿠킹클래스를 진행했고, 같은 건물 9층에 컨템포러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조야 서울 Gioia Seoul’을 런칭했죠. 올리브유나 와인 같은 식자재도 직접 수입해 소개했고요. 아가페까사 쇼룸을 활용해 공예 작가 김무열의 전시도 선보였어요. 컬쳐 사업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럭셔리나 하이엔드 자재를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곧 비싸고 화려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희가 말하는 럭셔리는 일상 속에서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문화를 경험하는 데 더 가깝죠. “파르스에서 어떤 제품을 구매했다” 라는 말도 좋지만 “파르스를 통해 이런 작품, 이런 문화를 알게 되었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요.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고 론칭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리빙 업계는 참 복잡합니다. 패션 산업에서는 매 시즌 수많은 새로운 컬렉션이 쏟아지지만, 리빙 브랜드의 경우 한 번 히트한 의자나 테이블이 50년 넘게 꾸준히 판매되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죠.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이 업계에서는 기능이라는 본질, 다시 말해 근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브랜드를 선택하기 전에 꼭 대표를 만나 인터뷰하듯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회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 가치에 얼마나 진심인지, 어떤 철학으로 제품을 전개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론칭을 결정하죠.

중요했던 한 해를 보내며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나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해였지만 저는 늘 같아요. “본질에 충실하고, 롱런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

온전히 개인의 취향과 성격만을 기준으로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이거든요. 혼자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시너지는 무궁무진하다고 믿어요. 그래서 관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편이에요. 지금 제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친구만 해도 30~40명쯤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운이 좋은 사람인 거죠.

좋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서,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닐까요?

사실 저는 욕심이 많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가장 크게 느낀 행복은,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때 부담이 없어졌다는 점이었죠. 진정한 성공이란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라, 다 함께 잘 됐을 때 비로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잘 베풀다 보면, 결국 그 에너지가 제게 더 좋은 일로 돌아오더라고요.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요?

한국의 리빙과 라이프스타일 업계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파르스가 좋은 구조를 확립해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작은 노력인데요.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미팅이나 시장조사만 하지는 않아요. 함께한 직원들과 예술과 문화 공간을 살펴보고, 좋은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죠. 그런 경험들이 결국 더 나은 안목과 취향을 만드니까요. 물론 직원은 언젠가 회사를 떠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파르스에서 쌓은 좋은 경험이 그 사람에게 남아, 이후 다른 회사나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렇게 돌고 돌아 쌓인 에너지는 다시 저희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당장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저는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흐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믿어요.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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