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뒷받침할 지식의
레이어를 쌓습니다

A   PERSONA   49

F&B 기획자·미트포포 대표, 정동우

Oct 2, 2025

몽탄, 고도식, 청기와타운 등 이른바 ‘줄 서는 식당’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바비정’으로 알려진 미트포포의 정동우 대표다. 그는 일찍이 자신만의 시각을 익히며 블로그에 식당 큐레이션 콘텐츠를 연재해 감각과 내공을 쌓았다. 이는 훗날 아날로그적 정서를 자극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식당을 기획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정동우는 순간의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맥락과 이야기가 이어지며 오래 지속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고민한다.

외식 마케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경영학과 재학 시절, 마케터로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선배나 교수님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업계를 파악했는데, 대부분 마케팅을 하나의 큰 분야로만 보았고, 특정 영역을 깊게 다루지는 않았죠.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한 가지 영역을 깊이 파야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번은 친구들과 ‘내일로 패스’를 끊어 야구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지방 구장을 돌며 경기를 본 뒤 지역 맛집을 찾게 됐고, 자연스레 향토 음식에 매료됐어요. 그 경험이 ‘이 일을 하면 즐겁게 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으로 이어진 거죠. 흔히 50~60대에 외식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20대 때부터 외식 마케팅을 공부하면 본전은 찾겠다 싶었죠.(웃음)

블로그 ‘먹어주는 바비TV’를 운영하는 바비정으로 F&B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스스로를 마케팅하지 못하면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당시 제 별명이었던 ‘바비정’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불면증’을 좋아해서 노래방에서 늘 바비킴 파트를 부르곤 했거든요.(웃음) 처음엔 ‘홍대 맛집 지도’라는 콘텐츠를 연재하며 지역 맛집을 소개했고, 디자이너 친구가 지도를 그려주며 힘을 보탰습니다. 덕분에 ‘홍대 맛집 하면 바비정’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기기 시작했죠. 그렇게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한 결과, <월간외식경영>을 발행하는 잡지사로부터 인턴 제의를 받았고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블로그가 커리어의 출발점이 된 만큼, 그 과정에서 쌓아온 콘텐츠가 대표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집중력이 약했어요. 단순 암기는 자신 있지만 긴 호흡으로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드는 것은 부족했죠. 그런데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쓰고, 알게 된 것을 연결해 응용하다 보니 지식이 쌓이며 레이어처럼 겹쳐지더라고요. 기록해 두니 쉽게 잊던 것도 오래 남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볼 때마다 더 확실히 내 것이 되더군요.

직접 경험한 외식업계는 어땠나요?

처음엔 마케터라면 광고계의 우상인 ‘광고 천재’ 이제석 CD처럼 대중에게 창의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판타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월간외식경영>은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직접 일을 해보니 촌스럽다고 여긴 일이 현실이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지방 식당을 찾아다니고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대중들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거죠. 그 고민이 제가 바비큐를 중심으로 한 한식당을 기획하는 데까지 이어지게 된 거고요.

“스스로 감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감각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사람에 가깝죠.”

여행지에서 식당은 어떻게 고르나요?

주로 구글맵 리뷰를 활용해요. 지도를 보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보다는 “이 집을 아는 사람은 마니아일 것 같다” 싶은 식당을 찾아요. 그러다 보면 꾸준히 리뷰를 남기는 사람이 눈에 띄는데, 그들의 리스트를 참고해요. 특히 음식 맛을 오타쿠처럼 분석적으로 탐구하는 리뷰에 끌리죠.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 덕분에, 리뷰만 봐도 내공이 있는지 없는지 단번에 알거든요.

대표님만의 감각은 어떻게 길러왔나요?

저는 디깅을 정말 많이 해요. 스스로 감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감각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쪽에 가깝죠. 감각적인 사람은 많지만, 그 감각을 개념화해 이야기로 풀어내고 단단하게 쌓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예전에 성수동에서 운영했던 한식 타파스 바 ‘미도림’도 좋아하는 감각들을 모아서 시작한 브랜드였어요. 재밌게 했고,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오래 유지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달라졌습니다. 이제석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에 끌렸던 20대를 지나, 30대에는 보다 단단한 플래닝에 관심을 가졌고, 이제 40대에 들어서는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식당의 콘셉트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 받나요?

저는 작은 도시의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생활에서 비롯된 문화들을 마주할 때 즐거움을 느끼죠. 을지로에서 사랑받는 ‘산청숯불가든’은 구이 문화가 발달한 삿포로 교외지역을 여행하며 얻은 아이디였고, ‘몽탄’ 역시 짚불 구이 전통이 남아 있는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에서 착안했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문화와 관습, 심지어 이름까지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브랜딩과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지역 문화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일을 할 때 원칙처럼 지켜온 태도가 있나요?

“뱉은 말에 책임지자”. 말의 무게를 알기에 쉽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라면 실수일지라도 반드시 지키려 해요. 한마디로 제 신념은 ‘책임’입니다. 제가 함께하는 팀이 저를 ‘말하면 꼭 지키는 사람’, 우리를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와 팀을 꾸려 함께 일하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내가 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늘 ‘우리가 했다’라고 생각하니까요. 이 표현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요. 아이디어나 영감을 제시하는 건 제 몫일 수 있지만, 기획을 구현하고 유지하는 건 클라이언트, 그리고 파트너인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이거든요. 우리가 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들고. 팀을 더 존중하게 됩니다. 늘 실패 원인은 제 안에서 찾고 성공의 이유는 팀과 환경에서 찾아야 더욱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실패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언급한 인터뷰를 봤어요.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저는 지금도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작은 실패들은 계속 있을 거고요. 다만 중요한 건 큰 실패를 피하는 겁니다. 그래서 도전할 때도 확률이 반반인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경험상 70~80% 정도 가능성이 있어야 시도할 만하다고 보거든요. 지금은 큰 모험을 벌일 때가 아니라, 제가 경험 있는 분야에서 더 깊이 들어가고, 경쟁력을 확실히 다지는 게 중요해요. 실패도 성공도 결국 습관이에요. 실패를 떠올리기 보다 좋은 습관을 쌓아가며 성공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죠.

대표님이 그리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삶이 이상적일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네요.(웃음)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부족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요. 또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가 이룬 꿈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또 그 사람이 이어가면서 순환되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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