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다음 도전과 성공을
보완하는 장치일 뿐입니다

A   PERSONA   4

위스키 칼럼니스트·작가·보연정 대표, 정보연

Sep 2, 2024

위스키와 관련된 글과 문화를 소개하는 정보연에게 일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여정과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분야를 업으로 삼은 것에 만족해 하는 그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다루고 싶다고 말한다. 

직접 쓴 <여행의 끝 위스키>, 이 책 알고 있는데 표지가 좀 다르네요?

스코틀랜드 위스키 브랜드 브룩라디 Bruichladdich와 협업한 에디션이에요. 제가 운영하는 보연정은 위스키와 인문학을 중심으로 전시, 클래스, 워크숍 등을 다양하게 여는 문화 공간인데요. 이곳에서 꾸준히 클래스를 진행하고 책도 쓰니 협업의 기회가 생각보다 자주 생겨요. 영국대사관, 콘란숍과도 협업을 진행했고, 미국관광청과도 진행 예정입니다. 방식은 주로 북토크와 테이스트 세션인데요, 위스키뿐 아니라 도시나 경제 관련 문화까지 주제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그런 일들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참 즐거워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대체로 즐겁죠. 다른 사람에게도 ‘덕업일치’를 추천하는 편이고요. 물론 늘 새로운 도전을 해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취미를 취미로서 순수하게 즐길 수 없게 된 아쉬움도 있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지 일을 해도 덜 피로하게 느껴져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루틴처럼 커피를 마시고 1~2시간 동안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책을 읽어요. 여전히 알아야 할 게 많죠. 요즘에는 오크통 숙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여전히 새로운 걸 발견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결과보다는 시도 자체가 도전이고, 이런 도전들이 쌓여서 성공으로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패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에요. 실패를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럼 본인에게 일은 목적인가요, 수단인가요?

음, 이분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죠. 물론 경제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저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편이니까요. 사회초년병 때도 일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할 정도였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목적이기도 하고 수단이기도 한 일을 통해 제 삶의 중심이 이동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먼 훗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상상해 보면, 놀아도 된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해요. 제게도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고, 이를 성취해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죠. 이런 생각이 또래에 비해 제가 좀 빨랐던 것 같기도 하고요.

보연정을 운영해 오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거나 성공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솔직히 여전히 제가 도약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성공을 논하기 보다는 꾸준히 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고무적이라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보연정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걸 경험할 때예요. 사실 제게 성공은 도전의식과 동일한 의미예요. 결과보다는 시도 자체가 도전이고, 이런 도전들이 쌓여서 성공으로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패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에요. 실패를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패는 다음 도전과 성공을 보완하는 장치일 뿐, 좌절로 연결시키지 않아요.

그럼에도 실패는 두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그렇기도 하죠.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케터로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보연정을 시작할 때 정말 두려웠어요. 물론 지금도 순간순간 두려울 때가 있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확신 같은 게 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며 위스키를 취미로 즐겼던 7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독립할 수 있었잖아요. 이 시간과 경험을 믿는 거죠. 그런데도 두려운 일을 경험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숙면을 취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가만히 있지 않고 미래의 일을 위해 새로운 씨앗을 뿌려요.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SNS에 업로드하는 식으로요. 그럼 마법처럼 관련 업계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죠.

업무상 위스키를 자주 마실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힘든 순간은 없나요?

힘든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테이스팅 때문에 술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결국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개인 약속도 많이 줄이려 하고요. 저는 조정을 해요. 5년 정도 주말마다 해온 운동인데 야외, 그것도 호수에서 하기 때문에 힐링과 쾌감이 아주 커요. 체력적으로 꺾이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요.(웃음) 체력을 키우는 게 현재 제 당면 과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가요?

사실 제 커리어나 보연정의 궁극적 목표나 지향점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의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새로운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웃음) 다만, 단기적인 수익 때문에 제 신념과 철학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 편인 것 같은데, 본인에게 이상적인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원하는 일을 하면서 주변을 챙길 수 있는 삶이요. 주변을 희생시키는 삶보다는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봐요.

당신의 삶에 동력을 주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가족입니다. 완벽한 쉼은 평온한 가정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가족은 치유와 용기를 주는 대단한 공동체인 것 같아요.

에디터 장윤성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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