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일은 행복한 삶과 연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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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미디어컴퍼니 발행인, 조수용

Oct 31, 2024

조수용은 14년째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를 발행하고, 식음료ㆍ호텔ㆍ패션ㆍ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진행한 기업인이자 디자이너다. 좋은 디자인은 비즈니스적 관점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는 그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일관성과 균형을 갖춘 미디어 브랜드를 가꾸고 있다.

매거진 <B>를 어떤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세요?

근간은 미디어 사업이죠. 넓게는 기업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돕는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요. 미디어가 미디어답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꾸준함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업을 하려면, 고유의 영향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 영향력이 일관성에서 나오니까요. 시대가 변화해도 미디어는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정보의 총량이 무한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과도한 정보를 필터링할 수 있는 미디어는 꼭 필요하죠. <B> 같은 미디어가 앞으로 10년 정도 지금의 일관성과 꾸준함으로 나아간다면 세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봐요. 지금은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우후죽순 미디어가 생겨나는 과도기라, 양질의 미디어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의 여러 미디어들 중 10년 후 남는 미디어가 얼마나 되겠어요?

일관성과 꾸준함이 매거진 <B>의 성공 비결인가요?

일관성과 꾸준함 외에 매거진 <B>만의 ‘관점’도 유효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라면 그 미디어만의 관점이 필요하죠. 물론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점을 지키는 것은 어려워요. 우리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거든요. 일반 잡지는 책 한 권에 수십 개 브랜드를 다루지만 <B>는 하나의 브랜드만 다루기 때문에 일관된 관점으로 브랜드를 선정하고,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 그 관점을 흔들림 없이 점점 더 좁고 날카롭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죠.

현재 14년차를 맞은 매거진 <B>는 연간 발행하는 이슈의 수가 확연히 줄었고,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에이 퍼스펙티브>를 론칭하는 등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얘기한 답변과 연결해본다면, 미디어는 힘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해요. 비미디어컴퍼니를 출판사로 정의했다면 히트할 수 있는 책을 기획해서 많이 파는 것에 집중했겠죠. 하지만 우리는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책 한 권이 안 팔려도, 우리가 다룬 브랜드와 우리의 책이 미디어적으로 영향력을 펼쳤다면 할 일을 다 한 거죠. 매거진 <B>는 현재 판매부수라는 수치에 연연하는 시점을 지났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미디어적으로 우리의 의미를 더 높여 가야 하는 시점에 닿았죠. 뉴스레터 스프레드바이비(Spread by B), <에이 퍼스펙티브 (A PERSPECTIVE)>와 같은 시도는 결국 <B>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거라 볼 수 있어요.

“나만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행복한 삶과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대표님의 커리어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산업 디자인과로 진학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학창 시절의 대표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재수할 때가 되어서야 미술대학교에 디자인과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웃음) 제가 고등학생 때만 해도 한국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다보니 작은 것 하나하나가 다 궁금했어요. 필기구를 사도 제품에 로고가 그려져 있고, 패스트푸드점을 가도 로고가 군데군데 일관되게 박혀 있고, 패션 브랜드에서 쇼핑을 해도 옷 가슴팍에 로고가 붙어있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게 미술이나 디자인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부터 일종의 놀이로 그런 로고들을 따라 그려보곤 했죠. 제 호기심이 닿는 곳이 결국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고, 디자인 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어요. 흥미로운 분야를 발견하고 바로 대학 진학과 학업까지 단기간에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제 안에서 어떤 폭발하는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행복감과 재미, 즐거움 같은 것들이요.

여전히 디자인에 근간을 둔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기업인과 디자이너, 두 직업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디자이너를 선택할 거예요. 대학생 때와 똑같이 디자인은 여전히 재밌거든요. 그런데 그 재미있는 디자인을 잘하기까지 하려면 이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그 본질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어요.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 디자인도 비즈니스 차원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그래서 결국 둘을 다른 일이라고 보지 않아요.

카카오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기도 한 여민수 전 대표가 대표님을 두고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배려심이 일에 있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나눠주는 배려도 중요하지만 저는 함께 하는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도 그 정도 깊이로 바라보고, 좋아할 수 있게 돼요.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함께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하게 보이는 거죠. 그러다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는데요, 저는 그때가 어떤 일을 대하든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봐요. 어떤 상황이든 관대하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죠. 내걸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참는다는 말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저 사람도 나와 같이 소중한 사람일 거야’라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자신을 더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배려심은 저절로 생겨나죠.

대표님은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일이란 내가 이 세상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계속 증명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살면서 일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웃음) 그런데 일이 내가 사는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꼭 필요하고 계속하고 싶거든요. 보통 돈을 버는 일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세상에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어요.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도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세상에 나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더욱 좋아하게 되죠. 그 둘을 합치시키는 게 중요해요.

지난 달 비미디어컴퍼니가 론칭한 <에이 퍼스펙티브>는 동시대 크리에이터가 지닌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을 주제로 하는 매체입니다. 자신의 관점으로 사는 삶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성인이 된 인간은 사회에 나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이때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지에 따라 자신의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불행하게 느껴지기도 할 거에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집착하게 되면 ‘내’가 점점 사라지고, 내 삶에서 주체성을 가지지 못하면 결국 인간은 불행하게 되어있어요. 나만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행복한 삶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대표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고 있나요?

저는 모든 일을 대할 때, 그 일의 본질을 찾고 그 본질을 잘 다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죠. 그래서 처음엔 그렇게 대단히 좋아하지 않던 것도 그것과 관련한 일을 하고 본질을 찾다 보면 대부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좋아서 한 것도 있지만, 해야만 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이 더 많아요.

그 본질을 발견하고 파고드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원래 그런 건 없다’는 생각이 중요해요. 우리가 보고 사용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은 결국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그 일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아주 당연하게 여기던 것까지 들어가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면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당연해 보여도 원래 그런 건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소한 일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잘 나눠주고, 잘 배려하고, 잘 들어주고, 누군가의 작은 부탁에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죠. 인생이 내 능력 덕분에 잘 풀린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인 순간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 한마디로 바뀌는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그 사람과 오랜 기간동안 쌓은 관계와 신뢰가 결정적인 순간을 좌우하죠.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교과서 같은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은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겁니다. 혼자 앞만 보고 달려 나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배려하며 함께 잘되는 게 삶에서 훨씬 더 유효할 확률이 높아요.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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