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핵심경험을
규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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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디렉터, 전우성

Mar 20, 2025

브랜딩 디렉터 전우성은 네이버와 29CM, 라운즈 등을 거치며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기획들로 고객 팬덤을 형성해왔다. 20년 넘게 브랜딩 업계에 종사한 그는 현재 1인 기업 시싸이드 시티를 통해 탄탄한 노하우와 감각을 자산으로 한 브랜딩 전략을 리드하며 독보적 차이를 만들어 간다. 그는 자신만이 펼칠 수 있는 핵심경험이야말로 브랜딩은 물론 일을 하는 직업인에게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시싸이드 시티라니, 보통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와 이름부터 느낌이 달라요.

제가 살고 싶은 곳에 대한 염원을 담았어요. 시싸이드면 안되고 꼭 시싸이드 시티여야 하는데, 바다와 자연을 지척에 둔 동시에 문화적 요건도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요. 하와이나 바르셀로나, 한국이라면 부산쯤을 상상했습니다. 브랜딩 컨설팅 회사 대부분이 신뢰성을 강조해요. 웹사이트만 봐도 그렇죠. 기존의 감각과 정반대가 되고 싶었어요. 바다를 유영하는 서퍼 이미지 속에 저에 대한 소개글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시싸이드 시티 홈페이지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여러 브랜드,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 창업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사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절엔 저의 감각을 60% 정도만 발현할 수 있었어요. 회사 내 수많은 이해관계와 기존에 쌓아온 레거시 등을 감안해야 했고요. 더 늦기 전에 저의 감각과 능력을 100% 발휘하고 싶었습니다. IT 커머스 분야에서 벗어나 폭넓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며 독립을 결심했죠. 시싸이드 시티를 운영한지 1년 조금 넘은 지금은 테크, 출판, 뷰티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른 업계라 작업이 어려울 것 같지만, 브랜딩 디렉터 역할의 근간은 하나예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 정의하는 일이죠. 브랜드 전략을 잡아 더욱 뾰족하게 만들고, 차별화된 모습을 소비자가 공감하고 사랑해 줄 때 희열과 보람을 느낍니다.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며,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한 점이 있나요?

플레이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보통 클라이언트가 일을 의뢰하면 직원 인터뷰와 리서치 등을 바탕으로 조사와 분석을 거쳐 1・2차 리뷰 후 파이널 PT를 통해 결과를 설명하고 최종 파일을 전달해요. 무언가를 만들어 제시하는데 ‘이게 답이에요’라는 식이죠. 과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우리 회사와 업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느꼈어요. 불합리하고 무의미한 과정이라고도 생각했고요. 브랜딩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예요. 이후의 내재화가 가장 중요하죠. 저는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파트너 회사의 내부 직원들과 TF팀을 꾸려요. 그리고 파트너십을 맺으면 그 회사로 출근해 수 개월 동안 함께 근무하죠. 브랜딩 작업을 마친 뒤 벌어지는 여러 활동 속에 고유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회사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실무자들과 같은 목표와 결과를 공유하며 브랜딩 전략을 리드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일을 의뢰한 회사를 클라이언트라고 칭하지 않고, 계약서에도 서로가 파트너 관계임을 명시해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일상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험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서 머릿속에 늘 제가 풀어내야 할 일들의 명확한 아젠다를 각인해 둡니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필수 요소를 꼽는다면요?

전략이죠. 기업과 브랜드의 중심이 되어 줄 단단한 전략을 구축하는 일은 시싸이드 시티 업무의 근간입니다. 브랜딩 전략은 곧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에요. 내부 직원이 아닌 제 3자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오히려 새로운 포인트를 발견할 때가 많은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하죠. 키를 쥔 사람으로서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선 프로젝트 초반의 소통이 중요하고요. 일련의 과정을 핵심경험이라고 부르는데요, 브랜딩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작업이자 브랜드다움을 설계하는 기초 과정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기능적 경험,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서 반드시 느껴야 하는 감성적 경험을 말하죠.

얼마 전 출간한 세 번째 책의 제목이 <핵심경험론>일 정도로 핵심경험을 강조합니다.

핵심경험을 확실하게 정의해야 뾰족한 브랜딩 기획과 실행이 가능해요.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낼 수 있죠. 하늘 아래 같은 사람 없듯 브랜드 또한 크든 작든 저마다 장점이 달라요.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스타일과 개성은 남들과 어떻게 다른 지를 규정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핵심경험을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브랜드의 명확한 정체성을 설정할 수 없어요. 고객에게 일관된 모습을 보일 수도 없죠.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 또한 다양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그건 욕심이에요. 전달할 것이 많으면 결국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하죠.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의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경쟁사의 레퍼런스를 보지 않아요. 남들이 잘 만든 결과물을 참고하는 게 브랜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죠. 그럴 시간에 전혀 다른 분야나 업계를 살핍니다. 관점을 바꿔 나의 기획이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일상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험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서 머릿속에 늘 제가 풀어내야 할 일들의 명확한 아젠다를 각인해 둡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어요. 좋은 감각은 평소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여러 경험에서 나옵니다. 그런 것들을 단초 삼아 업무 경험과 결합할 때 실현 가능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는 나오지 않더라고요.

직업인으로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브랜딩 디렉터로서 성장하기 위해선 규모와 상관없이 일단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과정에서 터득하는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온라인 편집숍 29CM와 스타일쉐어, 아이웨어 커머스 브랜드인 라운즈 등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회사의 브랜딩 전략 수립과 성장을 도우며 쌓은 커리어가 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줍니다.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카리스마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죠.

‘전우성다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차별성이요.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무얼 하던 경쟁사들과 다르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죠.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선 늘 달라야 한다(In order to be irreplaceable, one must always be different.)’는 코코 샤넬 Coco Chanel의 말을 좋아합니다. 브랜딩 에세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의 첫 페이지와 홈페이지에도 이 문장이 적혀 있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싶지 않아요. 제 성향이죠.

일상이 온통 일로 가득한 분인 것 같아요. 평소 생활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면요?

최대한 가족과 보내려 해요. 평범한 일상이지만 차이점이라면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거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요즘 인기가 높은 산리오 캐릭터에 대해 다양하게 알 수 있어요.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딸들과의 대화 속에서 찾기도 하고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엔 보통 러닝을 합니다. 러닝을 시작하며 러닝화 브랜드에도 관심이 커졌죠. 브랜딩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에요. 일상의 경험들이 곧 커리어의 토대가 되는 셈이죠.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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