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연의 꽃에는 서양의 볼륨감과 동양의 여백, 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누군가는 그가 일본의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를 배웠을 거라 짐작하지만 그런 경험은 전혀 없다. 대학 시절 동양화를 전공하고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로 커리어를 쌓으며 손끝으로 익힌 감각이 자연스레 꽃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정희연은 이제 다시 붓을 잡을 일은 없겠지만, 꽃 그림을 보는 일은 여전히 가장 큰 즐거움이라 말한다. 식물 도감과 미술서적 속 회화들은 정희연의 손끝에 축적된 감각을 작업으로 확장시키며 다음 꽃을 피워내는 에너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