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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대표, 강명진

Nov 6, 2025

뮤지션 장기하부터 최근 새롭게 합류한 코미디언 원소윤까지, 분야는 달라도 자기만의 취향과 신념으로 올곧게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곁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이하 두루두루)가 있다. 두루두루를 이끄는 강명진은 아티스트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바라본다. 그는 각자가 자기 속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사람을 중심에 둔 그의 태도는 두루두루가 음악을 넘어 무용, 사진, 코미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강명진은 관계 안에서 방향을 찾고, 신뢰를 기반으로 예술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중이다.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라는 이름에서 회사의 철학과 신념이 잘 드러납니다. 특히 아티스트를 중심에 둔 구조에서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여요.

저는 늘 예술을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를 좋아했고, 그들을 돕기 위해 회사를 시작했어요. 그 마음은 ‘아티스트를 널리 이롭게 하자’라는 모토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15년 동안 바뀐 게 있다면 아티스트의 개념이에요. 예전에는 창작자나 무대에 서는 사람만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지만, 작업하면서 그들만의 힘으로는 예술이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창작자는 물론, 그들의 작업을 향유하는 팬들, 그리고 창작자와 향유자를 잇는 우리 같은 매개자들까지 모두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게 됐죠. 지금의 두루두루는 그렇게 확장된 의미의 ‘아티스트’로 이루어진 회사예요.

그렇다면 두루두루를 어떤 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도 많이 고민했어요. ‘아티스트 콜렉티브’ 같은 개념도 떠올렸지만, 공동의 철학이나 목표를 중심으로 모인 콜렉티브와는 엄연히 다르죠. 결론은 이름 그대로, 두루두루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는 ‘아티스트 회사’인 거예요.

흔히 두루두루 아티스트들에게는 어떤 ‘결’이 있다고들 합니다. 동감하나요?

사람이 자기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듯, 저도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 늘 궁금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현대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가 떠올랐죠. 두께 1mm쯤 되는 카드 옆면에 색을 넣은 획기적인 발상을 보고 당장 카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우리 아티스트들이 딱 그래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법한 작은 디테일이 퀄리티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그 미세한 차이를 감동으로 전환하죠. 또 하나 공통점은, 자기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에요. 재밌는 점은 그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 또한 스스로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는 겁니다. 혁오의 첫 단독 공연이 그랬어요. 프런트맨인 오혁 님은 워낙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관객이 기대하는 방식의 퍼포먼스를 능숙하게 보여주는 타입이 아니예요. 하지만 공연이 ‘보는 예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대와 관객석 사이에 아주 얇은 반투명 막을 치고, 그 위에 영상과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시각적인 요소를 보완했죠. 저는 약점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내고 건강하게 극복하느냐 예요.

“좋은 무대를 만드는 원동력은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와 합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션 장기하와의 인연에서 출발해, 지금은 안무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작가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음악 외 분야에서 처음 함께한 아티스트는 안무가 윤대란 님이었어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씨피카 CIFIKA와 함께한 'MOMOM(몸마음)'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계기였죠. 오혁 님이 평소 알고 지내던 안무가가 영상에서 춤을 춰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 윤대란 님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린 거예요. 바로 함께 하자고 제안했죠.(웃음) 늘 이런 식이에요. 처음부터 마음먹고 시작한 적은 없어요. 장기하 님의 공연을 보고 '함께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두루두루를 설립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좋은 기회로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았고, 그렇게 활동 영역이 조금씩 넓어진 거예요.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만났을 때 그 마음을 전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을까요?

협업을 시작하는 아티스트에게는 먼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라고 말해요. 두루두루는 계약서를 쓰지 않아요. 대신 서로를 알아가며 신뢰를 쌓죠.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계약을 먼저 맺으면 관계를 쌓기도 전에 이후의 행보까지 옭아매게 돼요. 저희는 계약보다는, 서로 원하면 함께하고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해요. 그렇게 장기하 님과는 17년, 혁오와는 11년째 함께하고 있어요. 물론, 계약서를 원한다면 언제든 쓸 수 있어요. 두루두루에는 꽤 잘 만든 계약서도 있답니다.(웃음)

프로덕션을 진행하다 보면 관람객으로서 무대를 즐기는 마음이 무뎌질 것 같기도 합니다.

공연보다 무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기도 하죠. 한번은 아티스트, 구성원들과 공연을 보는데, 조명 하나가 아쉬운 거예요. “조명만 좋았어도 완벽했을 텐데”라고 말했더니, 동료가 “팬들에게 조명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렇듯 다른 관람객과 무대를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안에서는 늘 관객으로서의 자아가 더 큽니다. 온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마음, 그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본 공연이 있나요?

지난 9월,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본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의 공연이요. 80세가 넘은 전설적인 뮤지션이 베이스와 피아노, 기타를 바꿔가며 2시간 넘게 공연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어요. 그의 팀 또한 기억에 남아요. 좋은 기회로 공연 제작진과 인사를 나눴는데, 수년간 함께한 전속 사진 작가, 비주얼 디렉터, 음향 감독, 세션 멤버들까지, 매일 공연장에서 마주하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서로를 격하게 반기더라고요.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좋은 무대를 만드는 원동력은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와 합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의 일상을 음악의 장르에 비유한다면, 어떤 장르가 떠오르나요?

록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데, 요즘 일상이 그만큼 즐겁거든요. 우선 혁오와 장기하 님이 각각 새 음원을 준비 중이에요.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가 작업을 가장 먼저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잖아요. 이번 곡들도 미리 들어봤는데, 발매가 기다려질 만큼 정말 끝내줘요. 회사 안에서도 변화가 있어요. 두루두루는 대부분 저의 제안으로 아티스트와 구성원이 합류해서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일을 시작해요. 그러다 보니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동안 제가 먼저 나서서 아티스트와 구성원 사이의 모든 일을 중재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워크숍에서 한 구성원이 그러더라고요. “우리에게는 상처받을 기회가 필요해요.” 그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그때부터 한발 물러서 보기로 했죠. 지금은 아티스트와 구성원들이 직접 소통하며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요. 그 모습을 보면 제가 소개팅해 준 사람들이 좋은 관계로 이어져 가는 걸 보는 기분이에요.(웃음)

일을 하면서 큰 행복을 느끼는 듯해요. 늘 스스로를 '돕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느낀 순간도 있나요?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전 아티스트가 빛날 때 제가 주인공이라고 느껴요. 최근에 배우이자 뮤지션인 백현진 님의 단독 공연이 있었는데, 뮤지션도 관객도 모두 진심으로 즐길 만큼 정말 완벽한 무대였죠. 저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누구보다 잘 도울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들이 무대에서 자신만의 에너지를 마음껏 펼칠 때, 그 순간을 함께 만든 제가 주인공이 됩니다.

에디터 정신오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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