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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6, 2025
강명진에게 예술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이 궁금해질 만큼 큰 울림을 주는 모작 프린트도,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드는 엄마의 맛있는 된장찌개도 예술의 범주에 속한다. 예술이 보다 일상적이고 소소하기를 바라는 그는 일상에서 행복을 주는 요소를 찾아내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눌 방법을 고민한다.
강명진에게 행복을 주는 일상의 소소한 예술품 4
강아지 그림
1996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구매해 30년 동안 강명진과 함께한 그림이다. 톡톡 튀는 색감에 반해 매일 센트럴파크를 찾아가 작가를 설득했고, 한 달이 되던 날 ‘금액을 평생 비밀로 한다’라는 조건으로 구매해 서울까지 가져왔다. 이제는 금액이 기억나지 않지만, 강명진은 이 그림을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반가움과 큰 기쁨을 느낀다. 큰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은 아니더라도 그에게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소중한 예술이다.
목제 피규어 <낙관주의자 & 비관주의자>
덴마크 건축가 한스 뵐링 Hans Bølling이 디자인한 목제 피겨로,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면적 감정을 재치있게 형상화했다. 강명진은 베를린의 한 숍에서 흰 머리의 낙관주의자(Optimist) 인형을 처음 발견했는데, 입에 명함을 문 채 진열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명함꽂이로 착각했다고 전한다. 남편의 얼굴을 꼭 닮은 인형이라 선물하고 싶었지만 판매용이 아니었고, 결국 사진 한 장을 단서로 베를린 시내를 샅샅이 뒤진 끝에 비관주의자(Pessimist) 피규어가 한 쌍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은 둘을 모두 데려와 '긍정이'와 '부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장기하, <별일 없이 산다> 초판 CD
강명진에게 음악은 일상에서 가장 손쉽고 가깝게 누릴 수 있는 예술이다. 뮤지션 장기하는 그가 회사를 설립하게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다. <별일 없이 산다>는 그가 장기하와 처음 완성한 정규 앨범으로, 초판 CD 1만 장에는 원래 계획했던 갈색보다 훨씬 옅은 주황색으로 인쇄된 일종의 '오류판'이 담겨 있다. 다시 제작할지 고민도 했지만, 그 불완전함이 한정판 같은 매력이 있다는 아티스트의 의견에 따라 그대로 발매했다. 실재로 발매 직후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이후 갈색 프린팅 버전으로 재발매되면서 초판은 더이상 구할 수 없는 진짜 한정판이 되었다.
전화기 GPO 746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Victoria&Albert Museum)의 이스트 스토어하우스 East Storehouse는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개방한 수장고이다. 강명진은 2025년 8월 이곳에 방문했는데, 현장 직원들의 작업용 베스트부터 아이들이 타고 놀던 목마, 오래된 전축까지, '일상 속 소소한 예술품'이 가득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 중에서도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빨간색 유선전화기 GPO 746이다. 가운데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거는 이 전화기는 일상 속 디자인 유산을 보존함과 동시에 현대 스마트폰 세대에게 과거 기술을 전하며 세대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