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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ERSONA   8

미디어 아티스트·카이스트 공과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 겸 XD LAB 디렉터, 강이연

Oct 3, 2024

독서

강이연은 새롭게 등장하는 소프트웨어와 디바이스를 작품에 적극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일상의 삶에선 신문들과 거리를 유지한다고 말한다. "논문을 읽을 때도 전부 프린트해서 밑줄 그어가며 보는 촌스러운 사람이에요. 멋진 사진과 일러스트로 채워진 아트북이나 도록을 사본 일도 거의 없을 정도로, 저에게 책은 곧 텍스트입니다." 긴 호흡의 글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 눈에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더라고, 건조하리만큼 명료하게 내용을 정리한 책을 선호한다. "책은 아니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것이 에반게리온 시리즈죠.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SF 공상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좋아했어요." 다가오는 미래의 사회적, 역사적, 환경적 이슈를 다루며 인간 중심적 사고와 이원론적 존재론에 비판적 반응을 제기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평소 즐겨 읽는 도서 목록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재런 러니어의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는 출간한 2018년에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던 책이에요. 작업을 위해 AI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계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와 소셜 네트워크가 만났을 때 증폭되는 악영향은 엄청나죠.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질수록 뇌는 힘을 잃어요. 지적, 감성적 마비 상태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죠."

“짧아진 호흡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감성적 마비 상태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죠.”

음악

"어떤 순간에도 음악과 함께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직관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이 가진 힘과 내러티브가 좋아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강이연에게 음악은 영상과 함께 공간을 재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작업에 필요한 사운드를 만들게 된 이후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그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새소리나 바람 소리를 채집하기도 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사운드를 소스로 쓰기도 해요. 피아노로 단순하게 멜로디를 짠 뒤에 4중주 팀과 함께 연주해 녹음도 하고요. 사운드 제작까지 직접 할 수 없지만, 어설픈 솜씨로 레퍼런스를 짜집기해 음악 감독님에게 저의 생각을 전달하곤 하죠." 과거엔 강한 비트와 해비한 사운드를 즐겼지만, 매 순간 작업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되며 이젠 가사가 없는 엠비언트 뮤직을 주로 듣게 됐다. "막스 리히터 Max Richter와 존 홉킨스 Jon Hopkins의 음악을 자주 들어요. 자연의 소리나 싱잉볼 연주를 틀어두기도 하고요. <인셉션>, <듄>, <인터스텔라>등 재미있게 본 영화의 OST를 질릴 때까지 듣기도 하는데 한스 짐머 Hans Zimmer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하죠."

강이연의 추천 도서 5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인공지능, 가상 세계, 디지털 존재들에 대한 윤리적, 감정적, 철학적 문제들을 탐구하는 테드 창 Ted Chiang의 대표적인 중편 소설. 강이연은 영화 <그녀(Her)>야말로 진정한 공상 과학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 역시 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저자 재런 러니어 Jaron Lanier는 가상현실(VR)의 선구자이자 디지털 문화 비평가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하는 사상가이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10가지 논거로 설명하는데, 출간된 지 6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들이 우리 삶 깊숙한 곳과 맞닿아 있어 시사하는 바가 더 커졌다. 강이연이 소셜 미디어를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된 몇 가지 이유 중 이 책의 영향도 크다.


<하이퍼객체>

인류세 시대의 철학적 아이콘이라 불리는 티머시 모턴 Timothy Morton의 대표작. 철학자이자 생태 사상가인 그는 이 책을 통해 지구온난화, 방사능, 플라스틱과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존재들을 하이퍼객체라고 정의한다. 이 하이퍼객체들은 대부분 인간이 만들어 냈음에도, 직접적으로 파악하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장기적으로 인류에 영향을 미치며, 전 지구의 존속을 위협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재정립하고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주장하며 새로운 생태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 Carlo Rovelli는 이론 물리학자이자 철학자로, 어려운 과학적 개념을 수필 형식을 빌려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데, 양자 중력 이론과 최신 물리학을 바탕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은 상대적이고 변화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그 한계에 도전하며, 과학과 철학을 융합해 시간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프랑스 주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PD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인 저자 기욤 피트롱 Guillaume Pitron은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 문제를 취재해 40여 개국에서 100편 이상의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다. 추천 도서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책으로 디지털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숨겨진 영향을 조명한다. 책은 디지털 경제의 숨겨진 환경적 비용을 알려 더 지속 가능한 기술 사용을 위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디지털은 조금도 비물질적이지 않으며 그 어떤 기술보다도 물질 소비적인 기술임을 알게 하며, SNS의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행위조차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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