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도전할 때 성공과
실패의 시뮬레이션을 노트에
기록합니다

A   PERSONA   6

바 리벳·신주쿠 위스키 살롱 오너 바텐더,
시즈야 가즈노리

Sep 19, 2024

바 리벳과 신주쿠 위스키 살롱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비전을 선보이는 시즈야 가즈노리의 세계는 방점이 없다. 지름길 없이 걸어온 그의 노력이 오너 바텐더로서 위상을 높였다. 

일본 최연소 마스터 오브 위스키 자격을 취득하고, 도쿄에서 열리는 위스키 세계 품평회에서 1위까지 거머쥔 바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다고 생각하세요?

타고난 재능보다 고집과 신념으로 가능했던 일입니다. 도쿄에서 제1회 위스키 세계 품평회가 개최된다는 정보를 들었던 시기에, 때마침 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파클라스 Glenfarclas에서 제가 프로듀싱한 위스키를 출시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좋은 타이밍이었기에 브랜드 측에 제가 선별한 위스키로 품평회에 출품하자고 이야기했어요. 대회에서 우승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 후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샘플 시음을 하는데, 최상급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고집이 생겨 그들에게 제대로 된 것을 내 줄 때까지 숙성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완곡히 선언했습니다. 결국 30종류까지 늘려 시음했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단 하나의 위스키가 1위에 올랐어요. 까다로운 심사 기준에서 유일하게 100점을 넘긴 위스키입니다.

마스터 오브 위스키의 자격도 그런 당신의 고집으로 취득하게 된 건가요?

실은 제 1회 마스터 오브 위스키부터 시험을 본 수험생이자 무려 9년에 걸쳐 합격한 장수생입니다. 당시 최연소로 합격했지만, 9년 동안 4번을 도전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좌절의 맛을 본 최초의 낙제생이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이런 성취가 또 다른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만하게 되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나요?

저에겐 새로운 시동이 걸리는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9년 동안 합격한 후의 비전을 상상하며 달려왔고, 마스터 오브 위스키 자격을 취득한 후부터 비로소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긴 시간의 노력 끝에 우승한 기쁨은 크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무기로 활용하는 거죠. 저는 무언가에 도전할 때 성공했을 경우와 실패했을 경우, 각각의 시뮬레이션을 노트에 기록합니다. 성공했을 때 가능한 것들은 구체적으로 적고 낙오했을 때는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적어요. 실제로 실패하면 큰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에 더 큰 좌절을 미리 겪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거죠.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 중 술이 가장 재밌는 물건인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빠르게 좁혀 주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거든요.”

언젠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래도 일을 할 건가요?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세계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바가 아닌) 바 업계에 몸담고 싶어요. 일본의 바텐딩은 카운터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게 하나의 미학으로 느껴집니다. 반면에 해외 바텐더들은 아이코닉한 형태로 활약하고 있죠. 그들은 하나의 국가나 카운터에 얽매이지 않고 스타성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마치 배우의 페르소나를 쓰는 셈이죠. 서울의 바, 제스트 Zest의 데미 킴 (김도형) 바텐더도 어워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일본에서는 바 벤피딕 Bar Benfiddich의 카야마 히로야스님이나 더 SG 클럽 the SG club의 고칸 싱고님처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바텐더들이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바텐더는 카운터 안에서 손님을 기다린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바 업계에 계속 몸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텐더라는 직업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음과 동시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어요. 술은 전 세계 공통 언어 중 하나잖아요. 술의 장점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에요. 한때 위스키 생산자를 꿈꾸기도 했지만 생산자는 자신이 만든 술을 가장 사랑해야 하잖아요. 반면 바텐더는 모든 브랜드의 술을 제 3자의 입장으로 즐기고 추천할 수 있다는것이 큰 장점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위스키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B> 발베니 편 인터뷰에서는 늘 세월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위스키를 대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전에 말씀드린 이야기와 겹칠 수 있지만, 위스키는 세월이 만든 예술품입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10년, 20년, 40년에 걸쳐 완성하는 요리는 거의 없잖아요.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위스키는 고귀한 산물이고, 이 산물을 만드는 장인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씨앗을 만드는 것은 사람 즉, 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은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네요.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 중 술이 가장 재밌는 물건인 것 같아요. 제가 위스키 업계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16년이 되었는데요. 위스키를 공부하면서 손님, 위스키 메이커, 유명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위스키는 저에게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누군가는 당신과 같은 삶을 꿈꾸고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생각보다 지름길은 없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앞서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마스터 오브 위스키도 품평회 우승도 모두 오랜시간 성실하게 노력하여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목표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장인들처럼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다방면으로 에너지를 확장해 나가는것이 중요하고요. 그 과정에서 실패가 있더라도 결국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에디터 유아영
포토그래퍼 고마쓰바라 에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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