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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 2024
노무라 공예사 산하의 크리에이터팀 넘버텐의 수석 디자이너 아오노 게이타는 늘 미래의 밸런스를 생각하고 디자인하며 선구자적 정신을 보이고 있다.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관이 “기성의 가치를 재정의할 때의 전환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건 말이죠, 문장의 시작에 ‘디자인에 있어서’라는 가정이 붙습니다. 디자인에 있어서 규제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이 우리 디자이너의 능력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물을 보세요. 페트병이라고 기정사실화되어 있지만, 이 형태가 정답인 건지 디자인의 범주 안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무더운 여름날 페트병 음료를 휴대할 때 휴대전화처럼 슬림한 형태가 편리하다는 건 당연하지만 기존의 것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얇은 수첩 형태가 있으면 좀 더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아이디어를 형태로 구현하는 전환력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도 끊임없이 물음표를 두고 고민하니 머리가 쉬지 않고 계속 활동 중일 것 같은데요.
소위 직업병이죠. 더 젊을 땐 계단 높이나 세세한 마감 처리까지 너무 신경이 쓰인 나머지 패닉 상태에 빠졌던 적도 있어요. 세대 차이가 현저했던 시절, 해박한 선배들 사이에서 무언가 모른다고 하면 무시당하기 마련이었어요. 모든 걸 외워야만 한다는 강력한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그렇듯 저도 늘 줄자를 지니고 다녀요. 어떤 틈의 길이가 궁금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든요.(웃음) 이런 탐구적 자세를 잠시 내려두고 싶은 때가 와도 결국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관점이 발현하게 돼서 아예 일과 사생활을 일체시키기로 했어요.
공간 디자인과 컨설팅이라는 일은 시류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늘 이를 공부하는 것이 요구될텐데요. 실제로 이런 유행들이 당신의 디자인 작업에 영향을 미치나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물을 보고 학습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업에 있어 필히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죠. 마찬가지로 트렌드 역시 제 디자인에서 작용합니다. 하지만 유행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적용시키는 것보다 ‘한 사람이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쁨과 감동을 느끼는가’라는 원초적 본질을 지키며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노무라 공예사의 미래 창조 연구소에 겸직하며 과학과 학자 지견을 토대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일을 함에 있어서도 유행보다는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죠.
“가령 누군가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누구도 만나지 않게 된다 해도, 그는 상당한 시간을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깊고 진중하게 관찰하는 시간인 거죠. 인생 전체를 조망했을 때 쓸모 없는 시간은 없어요.”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커리어를 쌓은 지 27년 정도 되었는데요. 가령 연간 10건이라고 계산하면 270건 정도지만, 사실상 현저하게 많으니 거의 1000건에 가깝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하나 하나 기억에 새겨져 있긴 한데요. 하나를 뽑자면 약 15년 전 고속도로 휴게소 재설계 프로젝트입니다. ‘하뉴 파킹 에리어(羽生PA)’라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오래된 에도 시대의 마을로 설계하는 이색적인 일이었어요. 새로 짓는 건물이지만 영화 세트장처럼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야 했기 때문에 에도 시대를 심도 있게 탐구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엔 목조 건물이 밀집해 있어 화재가 자주 있었는데요.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져 버리니 주변 집에 옮겨 붙지 않도록 건물을 재빠르게 부수곤 했어요. 그래서 당시의 목수들이 빠르게 소멸되어야만 하는 작은 주택을 튼튼하게 지었을 리 없다고 가정했죠. 주택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바람에도 기울고 이음매가 틀어지는 부분까지 면밀히 적용했습니다. 새 철골 기둥에 목재를 감아서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빗물에 더럽혀진 흔적들까지 남기며 결과물을 만들어 냈어요. 완공 후 방문객들이 이런 걸 어디서 옮겨왔느냐고 자꾸 물어보는 거예요.(웃음) 모든 멤버가 에도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입장으로 고민하며 생동감 있게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신기한 점은 그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그 시대가 그립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겁니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이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호스피스 시설을 만들고 싶어요. 가끔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라는 상상을 합니다. 그분들의 메종을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생각하고 싶어요. 호스피스 시설을 이용하는 환우분들이 마지막 순간 만큼은 자택에서 보내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분들을 위한 마지막 자리는 디자인을 초월한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터에서 동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나요?
그건 동료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마침, 옆에 디자인 매니지먼트 부서의 소에다 유헤이 님이 계시네요. (소에다 유헤이, 디자인 매니지먼트팀) ‘천진난만한 챌린저’의 인상입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지만, 그 와중에도 선구자적 모습을 보여줍니다.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보이는 인간다운 면모 역시 아오노 님스러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당신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평소 제 성격상 실패라고 생각하는 일은 그다지 없습니다. 물론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은 상황은 있지만 성공보다 실패했을 때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같이 일하는 멤버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요. 가령 누군가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누구도 만나지 않게 된다 해도, 그는 상당한 시간을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깊고 진중하게 관찰하는 시간인 거죠. 인생 전체를 조망했을 때 쓸모 없는 시간은 없어요.
일을 대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이 별로 없나요?
조금 전 이야기와 연결되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정말 많은 실패를 경험했을 수도 있겠네요. 대부분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투성이잖아요. ‘이렇게 할 걸 그랬다’, ‘저건 잘 됐다’라고 일을 해 가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거죠. 그리고 결국 어떤 일이든 팀으로서 목표를 바라보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해결책을 고안하면 되니까요. 크리에이터는 팀으로 움직일 때 강점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 때문에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과감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요.
당신에게 멘토가 존재하나요? 멘토에게 들은 말 중 지금까지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너무 진부한 대답일 수 있지만, 아버지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사회는 밸런스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사회의 대부분이 같은 방향으로 향할 때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는 의미였죠. 그땐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그 말이 저 자신에게 무겁게 다가왔어요. 넘버텐의 철학 중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가장 먼저 왼쪽으로 중심을 잡고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중심을 잡자’라는 말도 아버지의 말씀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입니다. 물론 단순한 균형이 아닌 ‘당신은 먼 미래의 밸런스를 생각해서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까?’라는 저의 질문도 깃들어 있죠.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일’,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말할 때 이 ‘아름답다’는 말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디자인적인 외형의 아름다움과 인생에서의 아름다움을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디자인에서는 당연히 비주얼적 아름다움이 중요하게 작용해요. 저희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왜 그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심리적 배경까지 파악해야 하고요. 결국 사람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인생’은 죽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자기 자신에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그러한 삶을 살았을 때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좋은 인생이었다고 느끼고 죽는다면 그거야말로 찬란한 인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