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시각을 깊고 두텁게 해주는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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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다반사 콘텐츠 디렉터, 김동욱

Jul 17, 2025

김동욱은 동료이자 대표인 김혜진과 함께 콘텐츠 기획팀 ‘도쿄다반사’를 운영한다. 이들은 SNS와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발행하고, 음감회와 토크 형식의 컨퍼런스 ‘인사이트 밋업’을 기획해 진행한다. 낯선 도시의 문화를 연결하는 조력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좋아하는 대상을 깊게 파고드는 집념, 끈기와 호기심을 토대로 도시의 감각과 단상을 추적하고 장소와 사람,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엮는다. 김동욱은 지금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그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점들을 부지런히 잇고 있다.

무척 바쁘다고요. 지난 번 연락 했을 때는 도쿄에 있다고 했죠.

맞아요. 올해 서울과 도쿄를 정말 정신없이 오가고 있어요. 두 도시에서의 생활이 한 도시 속 일상의 연장선으로 인식될 정도죠. 새벽에 집에서 나와서 아침 첫 비행기를 타면 점심은 도쿄에서 먹는 식인데요. 마치 지금 사무실이 있는 선릉으로 가는 기분 같다고 할까요. (웃음) 두 도시의 결이 뚜렷하게 다르기에, 경계 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자신도 서울에선 서울의 스위치를, 도쿄에선 도쿄의 스위치를 켜는 식이에요.

스위치를 켠다는 표현이 재밌어요. 두 도시 간 어떤 차이가 가장 크게 다가오나요?

아시다시피 서울은 빠르고 굉장히 다이나믹해요. 요즘 일본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지점이죠. 반면에 도쿄는 확실히 여유롭고 템포가 느긋해요. 시간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고요. 오래된 것을 지키고, 축적하고, 역사를 상세히 기록하는 감각이 강하죠. 도쿄다반사를 시작한 것도 제가 좋아하는 거리, 장소, 사람들을 제대로 기록하고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어요. 처음엔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도 없었죠. 도쿄 지인들 이야기를 소개했고, 지금도 그 기본 기조는 이어지고 있지요. ‘다반사’라는 이름처럼 도시 생활자의 사적인 장면을 조명하는 일에 가까워요.

도쿄다반사가 소개하는 도쿄는 하나의 도시보다 ‘편린들의 집합’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나요?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집합체로, 수많은 시간과 사람, 문화적 요소들이 얽히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조각’으로 부르곤 하는데요. 시대별로 변하는 스트리트 패션과 음악, 거리 풍경이나 생활 방식 같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같은 선상에 놓고 들여다봅니다.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셈인데요, 그 시작은 늘 역사에서 출발합니다. 특정 시대나 분야를 관통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죠. 따라서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편견 없이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모인 조각들이 특정한 스토리에 맞춰지며 이어질 때, 흐름이 보이거든요. 훈련이 쌓이면 조각들을 취향과 감각에 따라 자유롭게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도 가능해져요.

그 방식대로라면 도시를 체계적이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럼에도 서울과 도쿄에서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나 장소를 꼽아본다면요?

도쿄 메트로 긴자선의 오모테산도역에서 시부야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생경하게 느껴져요. (웃음) 오모테산도역까지는 지하로 달리던 전철이 시부야에 도착하면 갑자기 지상 3~4층 높이의 선로에서 멈춰 서거든요. 높은 지대의 지하에서 기차가 나오는 구조인데, 시부야(渋谷)라는 지명에 ‘골짜기(谷)’라는 의미가 들어간 걸 봐도 알 수 있죠. 이해하고 있어도 여전히 낯설어요. 서울에서는 긴 버스 노선이요. 도쿄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노선의 길이를 체감할 때 놀라곤 합니다.

흥미롭네요. 깊숙이 들여다보거나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도시에서 지내며 쉴 때 찾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면요?

도쿄에서 살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자주 가졌어요. 주말 오후가 되면 아이팟과 2천 엔 정도만 들고 집을 나섰죠.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정처 없이 걷는 일이 가장 큰 휴식이었어요. 그렇게 걷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고, 뭔가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이 생겨나곤 했죠. 가끔은 문고본 책 한 권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도 했고요. 지금도 그런 루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정 시대나 분야를 관통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죠. 따라서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편견 없이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모인 조각들이 특정한 스토리에 맞춰지며 이어질 때, 흐름이 보이거든요.”

도쿄다반사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주로 도쿄와 음악 이야기를 합니다.’ 라고 적혀 있더군요. 요즘 어떤 음악을 듣나요?

보사노바, 삼바와 무지카 포풀라르 브라질레이라 Música Popular Brasileira 등 브라질 음악을 주로 들어요. 제가 도쿄에 처음 간 해가 1999년이고, 어학원을 다니던 2000년대 중반 당시 카페 음악과 DJ 문화를 통해 유행한 스타일이죠.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나 단골 카페에서 늘 들리던 음악도 브라질 음악이었고요. 그때의 감각이 도쿄에 거리에도 제 마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한텐 도쿄의 사운드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시티팝보다는 브라질 음악이에요.

짐사쿠 등 일본 밴드 음반의 한국반 라이너 노트를 쓰거나, 국내 레코드 숍이자 레이블 노웨이브와 협업해 음감회를 열거나, 꾸준히 플레이리스트도 선보여요. 선곡이라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도쿄다반사를 하면서 음악 이야기가 특히 어렵고 내밀하다는 걸 느꼈어요. 라이너 노트의 경우는 독자 타겟이 명확한 만큼 내용 전달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일반적으로 텍스트로는 음악의 분위기나 결을 충분히 전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하는 실험을 시작했어요. 사실 선곡도 글쓰기랑 다를 게 없어요.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니까요. 도쿄의 기획자나 편집자들과도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눠요. 전하고 싶은 감성에 음악이 빠지면 설득력도 떨어진다고들 해요. 신기하게도 이들 대부분이 음악을 정말 좋아하죠.

큐레이터, 번역가, 선곡가, 도쿄다반사의 기획자까지. 정체성이 꽤 다층적인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이 있을까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가교’라는 정체성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혹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점과 점을 잇는 존재요. 물리적으로 먼 두 지점도 다리를 놓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연결되잖아요. 제가 하는 일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다른 정체성들은 이 연결의 역할을 돕기 위한 좋은 도구들이고요.

연결자로서, 친구나 동료에게 용기를 받았던 경험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친구가 많진 않아요. (웃음)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료나 선후배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앞서간 이들의 결과물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어요.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한 동료로부터는 보다 빠르고 적합한 솔루션을 확보하기도 하죠. 항상 ‘겸손’의 자세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잘 모릅니다. 이것, 좋아 보이는데 어때요?”라고 솔직하게 의견을 구하면, 어떻게든 주변에서 도움을 주어요. 솔직한 겸허함이 관계의 신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도쿄에서 만난 동료들, 인터뷰이나 헙업자들의 태도에서 공통적으로 느끼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요?

‘취향에 솔직하다’는 점이요. 유행이나 세간의 평가를 되도록 의식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데에 미사여구만을 늘어놓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죠. 타협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요. 그런 확고한 마음과 실천이 결국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들과 나눈 이야기 중에서 마음에 오래 남는 말이 있어요. “어떤 장르든 꾸준히만 하면 자신 차례는 반드시 온다.” 그러니 때를 기다려 버티라고요. 강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이 순리에 몸을 맡기라고요.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혹여 중간에 원하는 것과는 다른 곳이 나오더라도, 일단 맞춰가며 흘러가다가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죠. 물론, 긴 명맥을 이어온 브랜드들은 흐름을 타는 동시에 나름의 자구책을 열심히 찾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노력이 결국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함과 지속가능성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도쿄다반사가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10년 뒤에도 도쿄다반사를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원래는 잡지를 창간하고 싶었고, 이후 전시를 열고, 음악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어요. 작가도 되고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다 이루어졌어요. 주연으로 하려고 했을 땐 어렵던 일들이 조연(Supporter)으로 분하니 되더라고요. 주인공이라고 여겼다면 결과물은 절대 못 나왔을 거예요. 현실이 받아 주지 않았거든요. 보조역이나 코디네이터 형태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충분히 즐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선 형태는 바뀔지라도, 도쿄 이야기를 하는 일은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에디터 최선우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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