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을 동력 삼아 나아갑니다

A   PERSONA   34

프란츠 대표, 김동연

May 15, 2025

음악적 아름다움이 녹아있는 서적과 굿즈를 만드는 프란츠의 김동연 대표는 음악을 중심으로 읽고, 듣고, 보는 것을 통해 다층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일에 관심이 깊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을 체감했고, 그 에너지를 주변에 전하고자 바이올린 교육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바이올린 교본을 직접 펴내다가 출판의 세계에 매료되었고, 프랑스의 저명한 예술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책 <음악 혐오>를 시작으로 음악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각의 외서에 감각적 디자인을 더해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아파트먼트 프란츠’라는 공간을 마련해 음악을 듣고 배우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렇듯 그가 프란츠를 통해 전개하는 일들은 음악이라는 예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예술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대표님의 삶을 하나의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곡이 떠오르나요?

작곡가 필립 글래스 Philip Glass의 음악이요. 남들은 저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필립 글래스의 음악처럼 제 삶 또한 미묘한 변화를 계속해서 추구해요.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그의 음악과 제 일상이 닮아 있다고 느껴요.

평소에도 클래식을 자주 듣나요?

그럼요. 그런데 즐겨 듣는 장르를 하나 더 꼽자면 가요예요.(웃음)

두 장르가 너무 다른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저는 두 장르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바흐의 피아노 솔로를 듣다가 뉴진스의 ‘버블검’을 듣지는 않아요. 저는 조금 느린 템포에 슬픈 분위기를 담은 곡을 좋아하거든요. 음악적인 분위기와 정서가 유사하다면, 클래식을 듣다가 바로 가요를 들어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아요. 특히 예전부터 이소라, 김동률, 윤상, 조규찬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언젠가 ‘명백한 사랑의 노래’라는 테마로 음감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부제를 ‘바흐부터 윤상까지’로 지으려다가 주최 측에 거절 당했던 일화가 생각나네요.(웃음)

아파트먼츠 프란츠에서 직접 ‘바흐부터 윤상까지’ 음감회를 열어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평소엔 음악을 어떻게 듣나요?

음악을 듣는 것은 제게 온전히 개인적인 행위예요. 어떤 공간에 오롯이 혼자 있고, 볼륨을 높여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 때만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운전할 때도 옆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아요. 저와 음악 단둘만 있을 때 진짜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는 음악을 함께 모여서 듣는 감상회와 수업을 진행하고 있죠. 다 같이 모여 듣는 음악은 또 다른 의미일까요?

아파트먼트 프란츠의 프로그램은 음악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실험과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음악 프로그램 ‘살롱 골드 베르크’는 1년 동안 오직 한 곡만 듣는 모임이에요. 대신 한 곡을 매번 다른 연주자의 연주로 감상하죠. 곡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우선 계속 들어보자는 의도예요. 모임을 시작하는 연초에는 많은 분들이 작품을 생경하게 느끼지만, 여름이 되면 어느새 익숙하게 받아들여요. 겨울에는 곡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연주가에 따른 차이를 먼저 느끼고 의견도 더 자유롭게 내놓고요. 40분가량의 긴 음악을 끝까지 몰입해서 듣는 경험은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집중하고 몰입하는 끈기를 기를 수 있죠.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개인적인 감정의 파동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요.”

책을 출판하며 프란츠를 시작했습니다. 책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책이야말로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물성이 있으니 손으로 만지고 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눈으로 디자인을 볼 수도 있죠. 한 손에 쥘 수 있는 자그마한 예술이라는 점에 매료되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예술인 바이올린 연주는 형태가 없는 것이라 더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책과 음악, 일반적으로 취미로 즐기는 분야를 업으로 삼았습니다.

덕분에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수익 이나 사람으로 인해 힘들기도 하지만 업 자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편이죠.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거예요. 다양한 분들과 협업할 때마다 “좋은 마음으로 함께 만들자”고 말해요. 스트레스나 나쁜 기운이 담긴 책이나 물건은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채운 가구와 소품들이 모두 감각적이에요.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가구는 충동적으로 사는 일이 거의 없어요.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들면 한동안 지켜보는 편이에요. 전시된 가구라면 두세 달에 걸쳐 여러 번 보러 가기도 하고요.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든다면, 그건 정말로 제게 맞는 물건이겠죠. 조명이나 가구처럼 큰 요소들은 전체 톤을 맞추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블랙이나 화이트 같은 모노톤과 골드, 그리고 월넛이나 체리처럼 밝지 않은 톤의 원목을 좋아하죠. 20년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견고하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물건을 고르려고 하고요. 직접 태엽을 돌려 사용하는 방식인 예거 르쿨트르 Jaeger-Lecoultre의 빈티지 탁상시계, 에릭 사티 Érik Satie의 악보 등 좋아하는 걸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모두 1960~1970년대 물건들이더라고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시대의 물건들을 보면 괜히 시선이 한 번 더 가게 돼요.(웃음)

어떤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끼나요?

잘 다듬어진 정갈한 선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껴요.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 어우러져 있고,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수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면 더 매력을 느끼죠.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도 많은데, 특히 작은 일에 집요하게 몰두하거나 무언가를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분들을 보면 감동받곤 해요. 프란츠를 10년 가까이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에서 온 것 같아요. 음악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과 최선의 노력을 계속 이어왔고, 그게 지금까지 저를 움직이게 한 힘이 되었죠.

대표님의 일에 대한 관점이 궁금합니다.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개인적인 감정의 파동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요. 제 근간이 흔들리면 방향성을 잃고 엉뚱한 걸 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개인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더라도 제 일인 ‘프란츠’라는 이름으로 내는 작업만큼은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일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기준이에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이상적인 삶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균형 잡힌 삶이란 완벽하게 균형이 맞는 상태를 의미하진 않아요. 오히려 균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계속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거죠. 고기를 먹은 다음 채소를 먹고, 일을 열심히 한 다음에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더라도 삶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거예요. 물론,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 긴장감이 저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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