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하고 여행하며 쌓는
김희원의 아카이브

A   PERSONA   19

작가, 김희원

Dec 19, 2024

여행 

김희원의 1년은 각기 다른 도시에서 채워진다. 베니스 비엔날레,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 Salone del Mobile 등의 국제 페어 일정에 맞춰 4, 5월의 루틴은 정해져 있다. 다른 일정은 매해 변화한다. 해외 컬렉터가 있다면 그의 집에 여행 겸 방문하고, 그 주변 도시의 역사, 음식, 문학, 예술을 끝없이 탐구하며 꼬리를 물듯 다음 행선지를 정해 유랑한다. 작업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도 이 방식을 적용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를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그의 여행 법칙. 단, 익숙한 곳에 가더라도 익숙함을 경계하려 한다. 비행기로 방문했던 도시를 그 이듬해에는 기차로 가보고, 1성급 민박에 묵었다면 5성급 럭셔리 호텔도 경험하며 도시의 다양한 면면을 직접 경험해보고자 한다. “제게 여행은 삶이고요, 삶이 작업이더라고요. 익숙해지면 보이지 않기 시작해요. 그래서 어떻게 같은 곳에서 다시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고 노력하죠. 하나 둘 알게 되는 것을 조합해 다음 일정과 계획을 기약하고요. 그렇게 저만의 여행 아카이브를 업데이트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게 여행은 삶이고요, 삶이 작업이더라고요.”

촛대 

유럽에 살거나 여행해 온 십수년간 김희원은 매주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빈티지 시장으로 향했다. 빈티지 시장에서 발견하는 촛대는 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1850년대부터 1950년대의 제품으로, 작업의 주요한 소품이 된다. “촛대의 문양이나 주재료를 살피면 시대상을 알 수 있고, 대칭인 경우 기울어진 모양에 따라 어떤 위치에서 활용되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어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오브제죠.” 샹들리에의 경우 완제품 그대로 해외 배송을 받는 것이 어려워 산 마르코 San Marco에 위치한 샹들리에 전문 빈티지 숍에서 한 달간 근무를 자처했다. 숍 청소는 물론 샹들리에 수리법까지 배웠고, 이후부터는 직접 분해한 샹들리에를 한국에서 받아 조립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김희원은 초가 타오르는 모습을 촬영하며 다양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 과정에서 촛대는 시각적 관점을 은유한다. “불을 밝히다 사라지는 초를 받치는 촛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남아있잖아요. 하지만 초의 타들어가는 모습과 불의 높이에 따라 촛대가 달라 보이기도 해요. 크리스털 촛대는 빛이 들어오는 시간대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기도 하죠. 촬영하면서 이런 묘한 변화를 직접 느껴보고, 자연적인 현상을 제 삶에 대입해 봐요.”

김희원이 추천하는 다양한 촛대를 만날 수 있는 장소 4


안티키타 산 마르코 Antichità San Marco

1969년부터 브루노 Bruno와 그의 아들 Marco가 대를 이어 골동품 사업을 하는 매장이다. 밀라노 시내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고 퀄리티 좋은 촛대, 샹들리에, 거울 및 소품 등을 발견할 수 있어 추천한다. 📍Via San Marco 26, 20121 Mi, Milano, Italy


크리스토플 파리 로얄 부티크 Christofle Paris Royale Boutique

크리스토플은 샤를-오귀스트 크리스토플 Charles-Auguste Christofle이 1830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한 고급 은세공 브랜드다. 파리 부티크에 들어서면 선별된 은세공 빈티지 제품들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 고급스러운 촛대, 식기, 테이블웨어, 장식품, 쥬얼리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클래식한 디자인에서 아티스트 협업, 기술을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까지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9 Rue Royale, 75008, Paris, France


전시 <Christofle a brilliant story>, 파리 장식미술관

크리스토플 가문이 1830년대 창립 이래로 어떻게 금속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금세공의 역사를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600점 이상의 은, 금, 에나멜 등을 세공한 다채로운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아르 누보, 아르 데코 등 다양한 시대의 디자인 변천사를 따라가며, 현대에도 계속해서 혁신을 추구하는 크리스토플의 작업을 소개한다.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2025년 4월 20일까지 열리니, 방문을 추천한다. 📍107, rue de Rivoli, 75001 Paris, France


브뤼셀 플리마켓

보통 플리마켓은 주말에만 열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 문을 연다. 퀄리티가 좋은 중고 물품이 많은 곳이라기보다 동네의 색과 시간이 묻어 있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물품들을 볼 수 있는 시장이다. 상인들이 트럭에서 테이블을 조립하고 물품들을 꺼내는 오전 8시쯤 도착해 광장 주변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면 여행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Place du Jeu de Balle, Bruxelles 1000, Belgique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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