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삶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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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피크 코리아 대표이사, 김남형

Nov 20, 2025

한때 1년에 60박을 자연에서 보낼 만큼 ‘캠핑광’이었던 김남형은 자신이 사랑하는 업계에서 묵묵히 길을 닦아왔다. 2009년, 서른 살의 나이에 스노우피크 코리아에 입사한 그는 불과 4년 6개월 만에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그는 그 빠른 성장의 근원을 “자연에서 배운 삶의 질서와 균형이 결국 내 일의 방식이 됐다”라고 설명한다. 캠퍼로서 체험한 자연의 흐름을 브랜드의 철학과 연결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의미다. 그에게 캠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조직을 이끄는 방식까지 바꿔놓은 삶의 교과서였다. 자연 앞에서 마음을 고르고, 관계를 다듬고, 더 나은 선택을 찾던 경험들이 지금의 경영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다.

지난 10월, 정식 오픈한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를 소개하며 “꿈을 이뤘다”라는 말을 했어요.

저에게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이하 캠프필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근간이자 출발점이에요. 스노우피크가 추구하는 ‘자연과 공존하며 삶의 본질을 되찾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려면, 그 철학과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캠프필드는 브랜드의 신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생각해요. 캠프필드는 2011년 본사가 있는 일본 니가타 Niigata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자연에 둘러싸인 광활한 캠프필드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부터 한국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꿈을 이뤘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 거예요.

대표님이 경험한 니가타 캠프필드는 어떤 곳인가요?

니가타의 캠프필드는 정말 대자연 속에 자리한 공간이에요. 본사 건물이 바로 옆에 있어서, 스태프들이 자연과 공존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죠. 무엇보다 캠퍼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제품을 바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즉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인상적이었어요. 고장이 나면 현장에서 바로 수리까지 가능한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아, 이게 바로 스노우피크가 지향하는 모습이구나’ 하는 걸 그곳에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캠프필드를 찾는 캠퍼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요?

캠프필드가 캠퍼들에게 ‘본가’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해요. 고향집에 갔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과 편안함처럼, 언제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고, 함께한 추억이 쌓여 있는 공간이길 바라죠. 또한 캠프필드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캠핑의 본질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백패킹이나 요가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이유이죠. 결국 캠프필드는 스노우피크의 커뮤니티 플랫폼이에요. 스노우피크 유저뿐 아니라, 같은 생각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죠. 일례로 ‘슈퍼빈’이라는 재활용 수거 업체와 협업해 ‘재활용도 돈이다’라는 콘셉트로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자연을 아끼고, 더 나은 관계와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 그게 바로 스노우피크가 꿈꾸는 캠프필드의 모습이에요.

“저는 위기가 오면 피하지 않아요. 문제를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결국 저를 성장시키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늘 캠프필드 같은 자연 속에서 내려요. 캠핑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져요. 결국 해답은 언제나 그 안에 있더라고요.”

아웃도어 브랜드는 보통 전 직원이 같은 철학과 목표를 공유하곤 합니다. 스노우피크 직원들은 어떤 철학과 목표를 공유하나요?

스노우피크의 가장 큰 철학은 ‘우리 스스로가 유저다’라는 생각이에요.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가치죠. 야마이 유키오 Yukio Yamai 창립자도 클라이머로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장비를 직접 만들었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늘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직접 제품을 사용하며 유저의 기대를 넘어서는 제품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편한 방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원하는 일인지, 그들이 기뻐할 일인지를 늘 먼저 생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겠죠.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 철저히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성능과 품질이 완벽하게 구현될 때까지 가설과 검증을 반복해요. ‘심플하게 만든다’라는 철학도 중요하죠. 불필요한 기능을 더하면 부품이 늘고, 고장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흉내 내지 않는다’예요. 시장의 트렌드나 유행을 쫓기보다, 스노우피크가 생각하는 진짜 가치와 이상을 담은 오리지널 제품을 만들죠.

스노우피크 코리아에서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도 있나요?

스노우피크 코리아에는 별도의 개발팀이 없지만, 아이디어나 제품 기획안을 일본 본사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요. 화로대를 가운데 둘 수 있는 ‘지카로 테이블’도 한국에서 제안한 제품이에요. 화로대를 즐기면서 컵이나 도구를 좀 더 편하게 놓고,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캠핑 업계가 위기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대표님은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나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코로나 시기에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만큼, 지금은 캠핑 열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봐요. 오히려 캠핑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캠프필드를 오픈할 때도 위기가 있었어요. 장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캠퍼들이 불편을 겪었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러웠다는 피드백도 많았고요. 그때부터 한 달 동안 현장을 직접 지켰어요. 예약 취소 고객들에게는 사과 메시지와 우선 예약권,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전했고, 주말마다 캠프필드를 돌며 일일이 불편했던 점을 듣고 개선 계획을 설명했죠. 다행히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해한다”, “응원한다”고 말해주었어요. 저는 위기가 오면 피하지 않아요. 문제를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결국 저를 성장시키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늘 캠프필드 같은 자연 속에서 내려요. 캠핑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져요. 결국 해답은 언제나 그 안에 있더라고요.

지금의 길을 걸어오는 데 특별한 지표가 된 인물이 있을까요?

서른 살에 스노우피크 코리아에 입사해 서른네 살에 대표가 됐어요. 아직 경험도 부족했던 저에게 야마이 토오루 Toru Yamai 회장님은 “넌 스노우피크 코리아의 대표이사일 뿐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경영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죠. 그 한마디가 제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그때부터 경영학 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까지 밟았고, 일본어도 배워 지금은 본사와 직접 소통할 정도가 되었죠. 2018년에는 본사 임원으로 선임되어 아시아 영업본부장을 맡았고, 2022년에는 그룹 최초의 외국인 등기이사가 됐어요. 지금은 대만 법인 대표이사이자 중국 법인 이사, 그리고 글로벌 영업 총괄 전무이사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 모든 여정이 회장님이 제게 보낸 믿음에서 시작된 길이었어요. 최근에는 누군가에게 “대표님이 제 롤모델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늘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으며 성장한 제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됐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하더군요.

늘 미래를 향해 달려온 것 같아요. 언제 ‘쉰다’고 느끼나요?

2022년에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어요. 공식적으로 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그 일을 겪고 나서 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죠. 그전에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마음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심신의 균형을 되찾자’라는 다짐을 해요. 정신과 마음이 건강해야 진짜 쉴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죠. 술과 커피를 끊고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도 수술 이후예요. 차를 내리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생각이 정돈돼요. 처음엔 ‘캠핑에서 술이 빠져서 재미가 없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차를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더 깊은 쉼이 되더라고요

스노우피크를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한다면요?

지금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은 시대라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지치고, 자연은 훼손되고 있죠. 저는 그 회복의 실마리가 ‘캠핑’에 있다고 봐요. 자연 속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경험을 하니까요. 한 사람이 자연 속에서 회복되면 그 에너지가 가족과 사회로, 더 나아가 지구로 확산한다고 믿어요. 그게 제가 스노우피크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에디터 서재우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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