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관계를 만들고, 창의성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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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스티치 대표, 김수민

Sep 25, 2025

로컬스티치를 이끄는 김수민은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쓰임을 불어넣으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들어왔다. 단순한 숙박 시설에서 출발해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로 확장한 그의 행보에는 ‘공간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장’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는 과거의 쓰임이 이어질 때 사물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다고 믿으며, 창의성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현한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건축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 전공도 인문학계열로 선택했는데, 막상 대학에 가보니 건축이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3학년 때 자퇴를 결심, 입시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28살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들어갔어요.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된 터라 처음부터 취업보단 창업을 염두에 두었고요.

건축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레코드숍에서 숨겨진 음반을 ‘디깅’하듯이 문장과 이미지를 수집하는 학생이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이너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론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그들의 창의성이 부러웠죠. 당시에는 건축이 디자인의 정점이라고 생각했고, 배워만 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창의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더군요.

건축 디자인을 공부하며 동경했던 건축가나 사상들이 지금의 기업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물론이죠. 영국의 건축가 듀오인 앨리슨 & 피터 스미슨 Allison & Peter Smithson 부부의 철학을 특히 좋아했는데요. ‘뉴 브루탈리즘 New Brutalism’ 운동을 주장하며,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건축을 강조한 건축가 듀오예요. 전통적인 거리 문화를 고층 아파트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건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공용 공간을 설계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실험했어요. 이러한 철학이 지금의 로컬스티치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봐요. 저 역시 로컬스티치를 운영하면서 ‘공간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거든요. 결국 좋은 건축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듯, 좋은 공간 기획도 공동체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비슷한 고민과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죠. 그래서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2013년 로컬스티치를 처음 선보였어요. 당시엔 호텔이었죠.

서교동의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 객실이 10개뿐인 작은 호텔이었지만, 동네의 가게들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호텔 이용객이 골목을 로비로 활용하고, 호텔 옆 식당에서 조식 서비스를 받는 거죠. 당시에는 일명 ‘해외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퍼지며,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장기 체류를 선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동네의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호텔을 구상한 거예요.

2015년, 로컬스티치는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로 전환하며 공유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도 늘 주변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었거든요. 20대부터 30대까지 거의 10년 동안 ‘성공해야 한다’라는 강박 속에 살았지만, 동료들 덕분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어요. 로컬스티치를 시작한 이후에도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방문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냈는데, 모두가 비슷한 고민과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죠. 그래서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로컬스티치는 현재 16개의 지점을 운영합니다. 공간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로컬스티치 지점 대부분은 동네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건물이에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본래 목적을 잃은 경우가 많죠. 저는 이 공간들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만 최소한으로 조정해 지금 시대에 맞게 다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작은 변화로도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고, 공사비 역시 합리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니까요.

로컬스티치란 이름처럼 지역의 색깔이 공간에 묻어나는 이유군요?

그런 셈이지요. 저는 과거 일상이나 공공기관에서 쓰이던 의자가 오늘날 디자이너의 아이코닉 작품으로 추앙받으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에 대해 경계하는 편이에요. 제 생각에 진짜 아름다움이란 그 사물이 지녔던 쓰임을 이어가며, 지금 시대에도 기능적으로 잘 활용되는 데 있거든요. 저희 공간의 빈티지 임스 체어도 대부분 이베이 경매에서 저렴하게 구매해 손을 보고 사용 중인데,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멋스럽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일상에서 쓰였던 것처럼, 지금도 제 기능을 다하면서 쓰일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거죠.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곳은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점이에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란 어떤 사람인가요?

각 직업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고유의 방식이 있지만, 지금 시대에 그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자기만의 시각과 방법으로 새롭게 풀어내며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하루 업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요. 공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회사에서 이런 말을 하려니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지점 개발 업무를 맡다 보니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동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연스럽게 혼자 있을 시간이 부족해지죠. 매일 많은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만큼, 그 에너지를 제 것으로 정리하고 다듬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그래서 저에게는 잠시 오롯이 혼자가 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현재 삶에서 가장 중심에 두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세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요. 일이 많아 늦게 귀가할 때가 많지만, 아침만큼은 꼭 아이들과 함께하죠. 출근 전 약 한 시간 정도 등교 준비를 함께하는 그 시간이 제게는 무엇보다 특별한 순간이에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나요?

좋은 공간은 의자의 높이나 모양처럼 딱 맞는 답은 없지만,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있는 공간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이들이 디자인을 무겁게 여기거나 멀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이나 동네 거리 같은 일상의 공간에도 세심한 고민이 스며든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창의성을 키우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에디터 서재우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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