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고민합니다

A   PERSONA   33

아로마티카 대표, 김영균

May 8, 2025

김영균은 에센셜 오일을 기반으로 아로마테라피의 정수를 담는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를 전개한다. 35년 전, 호주에서 허벌 메디슨 Herbal Medicine과 아로마테라피 문화를 접한 이후 한국 시장에 건강한 삶의 대안이 되어 줄 자연 치유의 가치를 전하고자 2004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는 천연 원료와 본질에 집중한 처방, 정직한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동시에 국내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상용화하며 뷰티 산업에 지속 가능성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트렌드를 쫓기보다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는 일에 중심을 두는 김영균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을 실천하며 사람과 지구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삶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한다.

감각이 예민한 편인가요?

어릴 때부터 향에 민감했어요. 상한 음식도 가족 중 가장 먼저 알아챘고, 공간에서 느껴지는 향과 기운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죠. 타고난 감각도 있지만 꾸준히 향에 집중한 훈련을 해 오며 섬세하고 풍부하게 향기를 알아채게 된 것 같아요. 좋은 향은 단순한 냄새를 넘어 정서와 기억, 취향을 모두 담고 있어요. 그런 세세한 부분들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향을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되죠.

뷰티 업계는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죠. 하지만 아로마티카는 아로마테라피라는 정체성을 뚝심있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병풀(시카) 성분 붐이 일며 고객들의 제품 요청이 있었고 성공 가능성도 보였지만, 모든 트렌드를 수용하면 타 브랜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만의 정체성과 포지션을 공고히 지키고 싶어요. 인기 성분 중 하나인 티트리의 경우, 호주 원주민이 항염과 항균 목적으로 사용해 온 허브예요.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균, 살충까지 다양한 효과가 있어서 그간 뷰티 업계에선 여드름 완화를 위한 소독제로 쓰여왔고요. 하지만 요즘 티트리를 진정 이미지로 포장해 상품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로마테라피스트 관점에서 의아한 부분이죠. 제품 콘셉트와 원료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본질적 기능 기반의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지키며 라인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저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로마티카의 기업 미션 ‘SAVE THE SOUL, SAVE THE PLANET’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좋은 제품 생산과 더불어 사람과 사회,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이 담긴 문장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 생산자로서 유해 성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부와 건강에만 초점을 두기보단 화장품을 씻는 과정이 폐수를 만들고, 그 안에 든 미세 플라스틱이나 합성 계면활성제가 바다와 토양을 오염시켜 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제품을 만드는 관점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료뿐 아니라 생산 공정과 포장재 등 전 과정에서 이 미션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보여주기식의 슬로건이 아닌 실제 제품 개발과 운영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자신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20년간 브랜드를 운영하며 개인적으로도 변화한 부분이 있나요?

원료 생산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삶의 속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서울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여유를 경험할 수 있었죠. 프랑스 시골의 시장에서 물로 씻지도, 옷깃에 문지르지도 않은 과일을 권하고 맛보는 모습을 보며 늘 미세 먼지와 유해 성분을 걱정하며 긴장 상태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때론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웃음) 사업은 현실이잖아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저 역시 성장과 확장에 집중한 시기도 있었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일상의 여유를 찾는 순간과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대표님을 가장 닮은 아로마티카의 제품을 꼽는다면요?

‘로즈마리 컨센트레이티드 에센스’요. 열을 가하지 않고 원물 로즈마리를 보습제에 그대로 담가서 우린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제품입니다. 로즈마리 성분이 자연스럽게 우러나 갈색을 띠는 것도 좋고, 화려한 기능이나 마케팅 포인트 없이 본질에 충실해 자연스럽고 진정성이 느껴져요. 제 성향과 가장 닮은 제품이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아로마테라피 활용법을 추천해 주세요.

샴푸에 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에센셜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해요. 로즈마리나 페퍼민트 오일을 자주 쓰는데, 두피에 시원함을 더해줄 뿐 아니라 기분까지 상쾌해지죠. 사무실과 집 곳곳, 손이 닿는 곳에 다양한 오일을 준비해두고 있어요. 그때그때 원하는 오일을 골라 손바닥에 한두 방울 덜어 문지른 뒤, 향을 깊게 들이마시고 귀 뒤와 목 옆 근육을 부드럽게 마사지합니다. 간단하지만 마음과 몸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향 조합이나 오일 블렌딩 법이 있나요?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맞춰 여러 오일을 섞어 사용합니다. 제 조향의 기본 원칙은 ‘베이스 노트에 집중할 것’이에요. 좋은 향은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샌달우드, 사이프러스, 라벤더 세 가지 오일의 조합을 가장 좋아하는데, 샌달우드의 묵직하고 깊은 우디 향이 중심을 잡아주고, 사이프러스의 신선한 숲 향이 심신을 맑게 정화해줘요. 여기에 라벤더가 부드럽게 감싸며 강한 향을 자연스럽게 눌러주죠. 저에게 향은 하나의 처방과도 같아요. 에센셜 오일의 기능과 향의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향수처럼 멋을 내기 위한 조향보단, 심신의 조화를 위한 아로마테라피적 접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천연 향은 자극이 세지 않아 종종 ‘향이 약하다’는 오해를 받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적 치유력과 깊이는 합성향이 결코 따라올 수 없다고 믿어요.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름이 있으면 관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너무 젊음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머리가 반쯤 백발이 되어 회색 빛을 띠기 시작하니 오히려 원숙미가 생긴 것 같아 좋아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피부에서 윤기가 돈다는 건 결국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신호일 거예요.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을 아는 사람, 속이 건강하고 밝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오라처럼,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자신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남들과 달라지려고 애쓰진 않습니다. 다들 똑같이 하는 뻔한 것들은 재미없게 느껴져서 피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고 싶다는 욕심도 없죠. 제 감각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좋고 싫음은 확실한 편이에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는다면요?

가족입니다. 그리고 저희 팀, 직원들의 행복도 중요합니다. 14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지향해요. ‘SAVE THE SOUL, SAVE THE PLANET’이라는 기업 미션처럼 저희의 일이 누군가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지구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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