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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0, 2025
빈티지 가구를 큐레이션한지 올해로 10년 차가 된 원오디너리맨션의 이아영, 김성민 대표는 유럽과 미국을 넘나드는 아이템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우르며 20세기 디자인 가구를 폭 넓게 펼쳐 보인다. 빈티지 가구 전문가이자 해설자, 판매자가 되기 위해 가구의 역사와 디자인 사조를 학습하며 미감과 취향을 공고히 다져온 이들은 리유즈와 리사이클의 개념을 도입한 플랫폼인 아파트먼트풀을 새롭게 론칭하며 빈티지 제품의 개념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중이다. 렌털과 위탁 서비스, 스테이에 이르는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빈티지의 가치와 매력을 깊이 경험하게 하는 순간들을 만들어 간다.
처음 빈티지 제품에 눈 뜬 순간을 기억하나요?
(아영) 20대 초반 둘이 함께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했어요. 세컨 핸즈 마켓이 보편화된 곳에 살며 가구는 물론이고 온갖 살림살이와 옷, 속옷까지 판매하는 광경이 새로웠죠. 풍족하지 않은 유학생이 잠시 머물 공간에서 쓸 물건을 고르기에 좋은 선택지였고요. 아라비아 핀란드 찻잔의 색감과 만듦새에 빠지며 본격적으로 빈티지 아이템을 수집한 것 같아요. 첫 빈티지 가구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디자인한 티크 소재 세븐 체어로 1970년대까지 생산됐습니다. 한창 신혼 가구를 보던 때였는데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한 제품의 반복이 지겹더라고요. 새 물건에선 느낄 수 없는 감성과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원 앤 온리’ 제품이 주는 감각에 이끌려 빈티지 가구에 몰입하게 됐고, 그것이 사업으로 이어졌죠.
빈티지 가구 시장에 뛰어들며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아영) 컬렉션 확장이요. 과거 국내 빈티지 가구 시장은 북유럽 특히 덴마크 디자인 중심이었어요. 저희도 초창기엔 북유럽 가구를 주로 바잉했지만 점차 서유럽과 미국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시각을 넓히고 디자인 사조에 변화를 주며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 피에르 샤포 Pierre Chapo, 게이즈 브락만 Cees Braakman등의 작품 같은 가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우리만의 컬렉션을 구축하게 됐죠. 10년 전만 해도 빈티지 시장은 폐쇄적이었어요.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 보니 소수의 문화로 느껴졌고요. 후발 주자로서 우리를 알리고자 SNS를 적극 활용했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도 열린 태도를 유지했어요.
수집가에서 판매자로 포지션이 달라진 셈입니다.
(성민) 가치 보존이 가능한 가구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부담과 책임감이 커요. 챙기고 따져야 할 게 많아졌죠. 빈티지 가구는 각각의 히스토리와 정보는 물론 내구성까지 체크할 부분이 많아요. 대중성과 아트 피스의 경계에서 우리의 취향을 균형 있게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고, 정말 괜찮은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10년째 주 7일 근무 상태로 살고 있어요. 너무 힘든 동시에 좋아서 포기가 안 되는 게 이 일인 것 같아요. 발품을 많이 팔고 고생해야 하는 사업이고요. 애증의 관계랄까요. 설렘과 만족도 역시 크다 보니 계속할 수밖에 없죠.
“지금은 사용하기 어려운 소재들, 시간과 품을 들여야만 만들 수 있는 디테일처럼 현대에는 찾아볼 수 없는 점들을 발견했을 때 감탄하게 되죠. 심상적인 동시에 실질적인, 두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느껴요.”
빈티지 가구 판매자이자 해설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구 역사와 디자인 사조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한다고요?
(성민) 둘 다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해요. 처음엔 해외 딜러들에게 많은 얘길 듣고 배웠어요. 당연히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받아 적어와 스터디하는데, 어느 순간 꽤 많은 오류들이 발견되는 거예요. 정보 오류를 이유로 수입한 제품을 환불받을 수도 없었고요. 우리의 내공이 부족해서 생긴 대가라고 생각해 판매 대신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죠.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가구가 만들어진 당시에 나온 책과 카탈로그를 참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본 디자인은 물론 나사 하나까지 세세하게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설계도까지 첨부된 책들이죠. 이보다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깨닫고 관련 빈티지 서적을 사 모으게 됐어요. 현재 천 여권 이상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빈티지 마켓 신에서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을 바잉하는 두 분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아영) 우리가 집중하는 디자인 사조나 자꾸만 눈에 밟히는 취향을 파고들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해요. 최근 저희가 직접 만났던 업체들을 세어보니 600여 개 정도더라고요. 어떤 방식도 직접 만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순 없습니다. 새로운 컬렉션을 보유한 딜러와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곧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과정이죠. 이들과의 만남이 시야와 취향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컬렉션 또한 풍요롭게 만들어주고요.
제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나요?
(아영) 늘 둘의 합의가 100% 이뤄진 제품만 바잉하고 있어요. 다행히 아름다움을 느끼는 부분에선 열에 아홉은 생각이 같아요. 성민 씨는 저보다 구조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요. 소재나 디자인 특성상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을 땐 구입을 고민하게 돼죠. 이런 시각이 사업에 큰 도움을 줘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그동안 우리만의 기준을 쌓아온 덕분에 이제 협의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화됐어요. 확실히 결단력도 좋아졌죠. 출장지를 한 바퀴만 돌아도 각자 선택한 제품이 맞아떨어질 정도가 됐어요.
10년 동안 지속한 일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성민) 빈티지 가구 업계에서 복원과 수리 개념은 늘 의견이 분분해요. 판매자의 철학과 주관이 변수가 되는데, 실질적으로 이로 인한 피해와 불편함은 고객의 몫이 돼요. 아름답게 에이징 aging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반드시 고쳐야 하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복원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작업실로 옮기고 그에 맞는 재료를 수급해 복원 수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감내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으니까요. 덕분에 AS가 적고, 제품 컨디션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요. 그런 점에서 복원과 수리의 필요성이 원오디너리맨션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죠.
빈티지 가구와 함께하는 삶에서 발견하는 미의식이 있다면요?
(아영)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아름다움도 점점 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가구는 그와 반대라고 생각해요. 상처가 나고 노화의 흔적이 남아 낡아 버린 것도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가 돼 물건 속에 켜켜이 스며들죠. 빈티지 가구에선 새 제품이 뿜어내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요. 지금은 사용하기 어려운 소재들, 시간과 품을 들여야만 만들 수 있는 디테일처럼 현대에는 찾아볼 수 없는 점들을 발견했을 때 감탄하게 되죠. 심상적인 동시에 실질적인, 두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느껴요.
두 분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영)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거요.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때가 오길 바라요.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그때를 위해서고요. 점점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요. 르코르뷔지에가 생애 마지막 작업을 하며 15년 동안 살았던 집이 4평 정도라고 해요. 이처럼 작은 공간을 꾸리고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 점의 의자만 남긴 채로 소박하고 소소하게 살고 싶어요. (성민) 컬렉팅한 물건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평생 간직하고 싶은 것들만 모아 둔 저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요. 아내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친구들도 초대해 노는 휴식과 취미의 공간이요. 어릴 때 친구들끼리 모이면 누군가 부자가 되어 건물을 사서 고깃집, 피씨방, 당구장 만들어 놓고 실컷 놀자는 얘기를 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