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원과 정은주에게 전시는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가장 가까운 여행이다. 장기간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멀리 떠나기 어려울 때, 두 사람은 가까운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아 익숙해진 시각에서 잠시 벗어난다. 특히 전시 공간 작업을 하며 이들은 건축과 전시를 포개어 바라보게 됐다. 건축가로서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기획자나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상상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야를 넓혀왔다. 건축 언어가 아닌 다른 영역의 표현 방식이 생각의 방향을 바꿔준다고 느끼기에, 전시를 관람하는 행위는 긴장을 풀고 사고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이어온 부부의 오랜 습관과도 같다. 전시를 본 뒤 오래 남는 인상이나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도록을 구입해 전시장을 나선다. 책장 곳곳에 쌓인 도록처럼, 축적된 기억은 어느 순간 작업의 방향이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