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원과 정은주의 감각을
환기하는 일상의 통로

A   PERSONA   63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소장, 이희원·정은주

Jan 22, 2026

이희원과 정은주에게 전시는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가장 가까운 여행이다. 장기간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멀리 떠나기 어려울 때, 두 사람은 가까운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아 익숙해진 시각에서 잠시 벗어난다. 특히 전시 공간 작업을 하며 이들은 건축과 전시를 포개어 바라보게 됐다. 건축가로서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기획자나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상상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야를 넓혀왔다. 건축 언어가 아닌 다른 영역의 표현 방식이 생각의 방향을 바꿔준다고 느끼기에, 전시를 관람하는 행위는 긴장을 풀고 사고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이어온 부부의 오랜 습관과도 같다. 전시를 본 뒤 오래 남는 인상이나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도록을 구입해 전시장을 나선다. 책장 곳곳에 쌓인 도록처럼, 축적된 기억은 어느 순간 작업의 방향이 되어 돌아온다.

이희원과 정은주가 믿고 가는 미술관과 그곳의 기록 4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감각의 시어>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조각가 최만린이 30년간 거주하던 정릉의 옛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듀오는 이곳의 첫 기획전 <감각의 시어>의 도록을 특히 아끼는데, 당시 고즈넉한 장소성과 맞물리며 관람자의 감각과 머무는 시간이 또렷하게 각인되는 경험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을 오래 붙들고 싶어 도록을 곁에 두었고, 그렇게 축적된 인상은 이후 작업의 방향을 조용히 비추는 참고점이 되었다.


피크닉, <재스퍼 모리슨>

피크닉은 1970년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전시장과 카페, 상점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를 감상한 뒤 휴식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자연스럽고, 전시 구성의 완성도 또한 높다. 게다가 오드투에이 사무실과 인접해, 산책 삼아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이들은 피크닉의 기획전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슈퍼 노멀’의 태도를 선명하게 보여준, 애정 가득한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 Jasper Morrison의 회고전 <재스퍼 모리슨: 씽니스 Jasper Morrison: THINGNESS>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한다. 그의 제품과 제작 노트를 간직하고자 도록을 구매해 지금도 영감의 재료로 활용한다.


유스퀘이크, <폴 케홀름>

통의동에 위치한 유스퀘이크는 리노베이션된 두 동과 신축 동이 연결된 복합 갤러리로, 담장을 허물어 거리와 내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유스퀘이크에서 선보인 전시 <폴 케홀름 Poul Kjaeholm>은 건축, 전시 구성, 큐레이션, 독특한 판형의 도록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장소와 디자이너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스틸 구조를 통해 덴마크 모더니즘을 확장한 그의 가구와 아카이브를 함께 조망할 수 있었고, 전시 이후에도 가끔 도록을 꺼내 다시 들춰보게 되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과정의 아카이브>

2023년 4월 평창동에 문을 연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국공립 최초의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으로, 오드투에이가 인테리어 설계에 참여한 곳이다. 도서관과 기록관, 전시장의 기능을 함께 갖춘 이 공간에서는 한국 현대미술 관련 자료는 물론 메모와 도면, 포토그래피, 작가 노트 등을 통해 미술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자료 조사를 하거나 사고를 확장하는 장소로도 유효하며,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해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기록을 살피기에도 좋다. 오드투에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설계 과정과 현장에서 마주한 기록을 담은 도록 <과정의 아카이브>에는 함께 작업한 이들과의 시간이 겹겹이 남아 있어, 듀오에게 단순한 기록집을 넘어 애정과 기억이 담긴 소중한 한 권의 추억으로 남았다.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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