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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이너·구오듀오 디렉터, 이화찬·맹유민

Jan 15, 2026

구오듀오는 이화찬과 맹유민이 이끄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동문인 두 디렉터는 일본과 스웨덴, 덴마크에서 스튜디오 경험을 쌓은 뒤 한국에서 구오듀오를 시작했다. 제품과 가구, 오브제를 가로지르며 작업하는 것처럼, 이들의 결과물 또한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는다. 재료와 제작 방식, 사용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입체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형식을 찾아간다. 제품의 이유와 맥락을 명확히 설계할 때 지속적으로 살아 숨 쉬는 디자인이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오듀오 KUO DUO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유민) ‘좋은 디자인’은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되기보다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맥락에서는 기능성과 생산성이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경우에는 참신한 관점이나 심미적 완성도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나 그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영향력 또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죠. 그래서 저희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이러한 여러 기준 중 하나만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맥락 안에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 선택인지에 대해 성실하게 고민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형태와 기능, 제작 방식과 사용 경험, 그리고 그 이후의 영향까지 조화롭게 연결될 때, 비로소 ‘좋은 디자인’이 된다고 믿어요.
(화찬) 디자인은 자칫하면 시각적인 결과물에만 집중되기 쉽지만, 저희가 말하는 ‘예쁨’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형태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생산 효율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기도 하고, 품고 있는 이야기나 태도에 이끌려 물건을 선택하기도 하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이걸 왜 새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그 이유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담고 있을 때, 비로소 디자인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결국 어떤 물건을 통해 사용자가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면, 그 자체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죠.

두 분 모두 북유럽의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았죠. 그 시간이 지금의 디자인 철학이나 작업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유민) 스튜디오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곳의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구해왔기 때문에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았던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 Cecilie Manz Studio는 트렌드에 치우치기보다 덴마크 디자인의 유산에 기반해 꾸준히 스터디를 이어가고, 디테일 하나하나를 매우 섬세하게 설계하는 곳이었어요.
(화찬) 저의 경우 일본 디자이너 시게키 후지시로 Shigeki Fujishiro 밑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모든 디자인을 종이에서 출발하는 분인데 복잡한 형상도 종이를 통해 형태, 비례, 구조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죠. 현대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얻는 새로운 방법 역시 배웠고요. 이후에는 보다 조직적인 스튜디오 경험을 쌓고 싶어서 스웨덴의 폼 어스 위드 러브 Form Us With Love에서 근무했어요. 체계적인 구조 안에서 팀끼리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조율하며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했죠.
(유민) 그런 시간 속에서 거의 매일 통화하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어요. 일에 대한 흡수가 두 세배는 더 빨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하나와 하나가 더해져 둘 이상의 경험을 만든 거네요. 삶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쳤을까요?

(화찬) 그럼요. 북유럽에서는 디자인이 일상적인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대중과 디자인이 어떻게 가까이 지내면서 소통하고 시너지를 만드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 다양한 디자이너의 작업을 현장에서 마주하며,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체감하기도 했고요.
(유민) 덴마크에서의 생활은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체감하게 한 경험이었어요. 업무 시간도 비교적 짧았고, 무엇보다 ‘어떻게,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모두가 깊이 고민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한국에서는 입시를 시작으로 성과 중심의 행복에 익숙했는데,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어요. 또 일을 하다 보면, 스튜디오 대표 디자이너가 제 자리로 찾아와 “디자인 후보 중 무엇이 가장 좋아? 난 이게 좋은데, 네 생각은 어때?”라며 묻곤 했어요. 그 과정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태도로 일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알아갈 수 있었던 점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죠.

“‘쓰임이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전시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이후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와 설계를 지녀야 하죠. 그래야 제작처가 바뀌더라도 생산이 이어질 수 있고, 디자인 역시 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팀의 영향력을 알렸어요. 개인적으로는 ‘재료 실험을 잘하는 팀’이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처음부터 의도한 건가요?

(유민) 산업 디자인이라는 틀 안에서 느끼던 제약을 깨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조형적인 접근이나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갔죠. 다만 실험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조금 더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덧붙이면서 방향을 조정해 왔어요.
(화찬) 여러 차례 가다듬는 과정을 거치며, 재료와 제작 방식에 저희만의 탐구와 가능성을 더해 고유한 색깔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저희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 중에는 “금속 소재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그보다 “이 금속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달라”는 의뢰 역시 적지 않습니다.

팀 내에서 아이디어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구체화하나요?

(화찬) 저는 조금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일단 던지는 편이에요. 그게 바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일단 땅에 씨앗을 심듯이 뿌려보는 거죠.
(유민) 저는 특정 아이디어에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며칠간 혼자 생각해 봐요. (웃음) 그러다 “이렇게 변형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대안을 제시하죠. 그렇게 ‘티키타카’가 이어지다 보면 처음에는 말이 안 되는 것 같던 아이디어도 점점 형태를 갖추게 돼요. 저희는 친구로 시작한 관계라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데 익숙해요. 동의하지 않을 때도 바로 이야기하고, 감정으로 쌓아두지 않죠. 그 점이 팀워크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프로세스 전반에서 구오듀오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화찬) 프로젝트 초반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요.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기보다, 왜 이 디자인이 필요한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쓰죠.
(유민) 물론 모든 프로젝트에서 늘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없죠. 그럴 때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저희는 디자이너이기에, 클라이언트와의 연결을 무엇보다 우선에 두거든요. 동시에 ‘쓰임이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전시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이후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와 설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작처가 바뀌더라도 생산이 이어질 수 있고, 디자인 역시 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화찬) 설계가 곁들여질 때 비로소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이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 상상 자체가 저희에게는 재미이자 동력이 돼요. 전시용으로 만들었던 작업물이 몇 년 뒤 양산 프로젝트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고요. 처음부터 설계 베이스로 작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다양한 장르의 작업, 프로젝트를 이어왔죠.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유민) 또래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독립한 산업 디자인 팀이라는 점도 관심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알려진 영향도 컸고요. 초반에는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가능한 많은 작업에 임했어요. 손도, 감각도, 태도도 연습하지 않으면 굳어버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인 작업이든 클라이언트 작업이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그렇게 구오듀오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화찬) “우리가 이 일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일이 잘 안 풀리고 막힐 때도 집에 가서 계속 대안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다음 날 다시 꺼내죠. 그런 저희 모습을 계속 보다 보면, 이 업 자체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느껴요.

일을 떼어내고 삶의 차원에서 바람이 있다면요?

(화찬) 지난해 저희가 결혼했어요. 친구이자 팀으로 함께한 시간이 길지만, 가족이 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더라고요. 그만큼 주변 사람들과 가족에게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고요. 이 모든 것을 되돌려줄 수 있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디자인에도 스며들 거로 생각해요.
(유민) 저 역시 팀에서의 역할만큼이나 가정에서의 역할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곧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저희 둘 다 정돈된 공간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편이라 작업실이 아닌 또 하나의 삶의 공간도 잘 가꾸고 싶어요.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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