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찬과 맹유민의 식탁 위
다채로운 장면

A   PERSONA   62

산업 디자이너·구오듀오 디렉터, 이화찬·맹유민

Jan 15, 2026

이화찬과 맹유민은 낯선 여행지에서 여러 숍을 둘러보며, 공통으로 마음이 동한 물건들을 하나씩 모아 컬렉션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테이블웨어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식기를 고르고 꺼내 사용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이들에게 테이블웨어는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물이자, 생활 속에 스며든 예술과 디자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매개다. 특정한 아티스트나 장르, 소재를 선호하기보다는 각자의 맥락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기물들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는 이유다. 이들이 수집한 다양한 개성의 테이블웨어는 각기 다른 가능성을 탐구해 온 듀오의 작업 방식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이화찬과 맹유민에게 일상적 영감을 주는 테이블웨어 4


에어 프랑스 커트러리, 레이먼드 로위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가 에어프랑스를 위해 설계한 기내식 커트러리다. 비행기라는 극도로 제한된 환경을 전제로 안정감과 실용성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되었다. 장식은 최소화했지만, 비례와 균형은 명확하다. 구오듀오는 이 식기를 두고 “제약이 명확할수록 디자인이 더 선명해진다”라며, 커트러리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토코노마 화병, 맥스 램

결혼 선물로 받은 토코노마 Tokonoma 화병은 영국 디자이너 맥스 램 Max Lamb이 만든 유리 오브제로, 화병이자 캔들 홀더로 활용된다. 형태의 아름다움 또한 분명하지만, 구오듀오가 이 화병을 애정하는 이유는 그가 금속과 목재, 돌,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온 디자이너라는 점에 있다. 이들이 특히 궁금했던 것은, 그런 작가가 유리를 선택했을 때 어떤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였다. 핸드블로운 방식으로 제작한 이 오브제는 유리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과 색의 가능성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컨투어, 1616 아리타 재팬 x 리차드 만즈

컨투어 Contour는 일본 아리타 지역의 도자 전통을 이어가는 브랜드, 1616 아리타 재팬 1616 Arita Japan이 덴마크 세라미스트 리차드 만즈 Richard Manz와 협업해 완성한 컵이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비례와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리차드 만즈는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의 아버지로, 세실리에 만즈는 어린 시절 부모의 작업과 흙을 접하며 자란 경험이 자신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구오듀오는 세대를 이어가는 디자이너의 태도에 공감하며 컨투어 컵을 색깔별로 소장하고 있다.


세라믹 볼, 티에리 바질

프랑스 세라미시스트 티에리 바질 Thierry Basile의 세라믹 볼은 그의 고향인 툴루즈 Toulouse 지역의 자연과 풍경에서 출발한 패턴이 특징이다. 구오듀오는 하얗고 미니멀한 물건들로 채워진 숍에서 이 도자 그릇을 처음 마주했다. 창틀 끝에 놓인, 유독 색과 패턴이 많은 이 테이블웨어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릇을 구입한 뒤, 대화는 자연스럽게 와인과 여행 이야기로 이어졌다. 맹유민은 언젠가 프랑스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와이너리와 테이블웨어를 볼 수 있는 장소를 함께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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