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위에 꿈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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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커피 대표, 이현기·전주연

Nov 13, 2025

이현기와 전주연은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기업 모모스커피(이하 모모스)의 공동 대표다. 4평 매장에서 출발해 400평 규모의 온천장 본점을 완성하기까지 18년 동안 모모스는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과감한 멈춤과 혁신적인 도전을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전 세계 커피 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직거래를 고집하고, 공장 규모의 로스터리와 연구실을 갖춰 꾸준히 정진하는 그들의 여정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완성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커피를 매개로 문화와 삶의 영역을 확장해온 두 사람은 여전히 한계 없는 꿈을 꾼다.

모모스커피 온천장 본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요.

(주연) 처음 방문했다면 제가 공간을 소개할게요. 입구 바로 옆 이 4평 남짓한 공간이 2007년, 모모스가 처음 시작한 자리예요. 초기 멤버 4명이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로 문을 열었죠. 사실 이 본관 건물은 현기 대표님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이었어요. 입구 쪽의 대나무 숲과 석탑, 석상들은 그 시절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거예요. 2014년에는 본관 바로 옆 건물을 추가로 얻었고, 이후 본관을 둘러싸고 있던 세 건물도 차례로 매입했어요. 모든 매입이 마무리된 건 2021년이었는데, 리뉴얼은 올해 초에야 비로소 완성되었죠. 각 건물의 성격을 온전히 이해하고, 서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기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건물 사이에 있던 담장을 모두 허물어 길을 만들고, 한 채는 과감히 철거하여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 ‘모두의 정원’이 바로 그 공간이에요.
(현기) 감사하게도 ‘모두의 정원’이 최근 부산 제3호 민간정원으로 선정됐어요. 공간 리뉴얼의 가장 큰 목표는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추억을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죠. 매장의 확장을 넘어,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과 휴게공간, 구내식당 등을 갖춘 ‘본사 개념’의 장소로 만들어가는 데에도 의미를 두었고요.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닿았다고 느끼는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웃음) 큰 과제를 마친 기분이에요.

모모스커피 온천장 본점이 완성되기까지, 어느덧 18년이 흘렀습니다. 주연 대표님도 시작부터 함께해온 멤버로 알고 있는데요. 두 분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주연) 현기 대표님은 제 가장 친한 친구의 사촌 오빠예요. 대표님이 커피 사업을 구상하며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던 당시, 저는 스무 살 대학생이었어요. 친구가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 제 이력을 떠올려 저를 추천했고, 그렇게 인연이 닿아 모모스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커피가 좋아서라기보다, 대표님이 구상하던 사업의 방향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거든요.
(현기) 2006년 12월, 서면 미스터피자에서 만났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사실 처음엔 커피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꿈꿨어요.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커피를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서비스’였죠. 지금 생각하면 ‘배달의민족’보다 제가 좀 더 빨랐을 거예요.(웃음)

왜 커피였어요?

(현기)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해서 자연스럽게 F&B 분야를 들여다보게 됐고, 계절에 상관없이 소비할 수 있는 커피를 떠올렸죠. 학생 때 교보문고에서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꽤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웃음) 커피는 음식이니까, 꾸준히 연구해서 나만의 맛을 만든다면 이 일을 오랫동안 경쟁력 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연) 커피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어요. 다만 대표님의 사업계획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커피를 매개로 꿈을 좇는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모모스는 여전히 꿈꿀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커피를 통해 상상하고, 도전하고, 경험하고, 또 성취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꿈을 꾸면서 살 수 있을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일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거예요. 바리스타지만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커피를 통해 더 다양한 일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모모스가 카페를 넘어 커피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모멘텀을 떠올려본다면요?

(현기) 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특별한 커피를 만들겠다’라는 일념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처음엔 원두의 특성도 모른 채 일본식 강배전 커피를 연구하고, 라테 아트를 연습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2009년 미국으로 떠난 커피 투어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본 거예요. 생두에선 꼬릿한 냄새 대신 신선하고 새콤달콤한 향이 퍼졌고, 젊은 친구들이 즐겁게 커피를 내리며 호흡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죠. 아침부터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커피와 빵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북극성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으로 명확한 방향성이 생긴 거죠.

주연 대표님이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한 쾌거도 모모스를 알리는 데 중요한 성취가 되었어요. 어떤 계기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나요?

(현기) 2009년 미국 출장 때 방문한 스페셜티 커피 박람회에서 처음 보는 대회를 열고 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현장 영상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죠. “누가 해볼래?” 그때 손을 든 사람이 초기 멤버 중 한명인 정주은 이사와 전주연 대표였어요.
(주연) 그순간부터 우승컵을 손에 쥐기까지 꼭 10년이 걸렸죠. 처음부터 우승만을 목표로 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국가대표가 되는 것, 세계 무대에 서는 것, 파이널까지 진출하는 것, 그때그때 주어진 목표에 집중하며 꾸준히 이뤄 나갔어요.

그 10년 사이 좌절한 순간은 없었나요?

(현기) 가장 잘 나가는 시기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장 큰 멈춤이 있었어요. 2015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1층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고, 와플, 식빵, 과일 주스 같은 메뉴가 인기를 끌며 매출도 높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정말 커피 기업인가’,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두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첫째, 본점 1층에 커피 연구소를 세워 직원들에게 실험의 공간을 남겼어요. 그리고 저는 “6개월간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지로 떠났죠. 혁신을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이었어요. 큰 배낭 하나 메고 7개월간 새로운 커피 산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죠. 첫 목적지는 에콰도르였고, 지금은 모모스의 핵심 파트너 산지로 함께 성장하며 신뢰를 쌓은 곳이 됐습니다.
(주연) 커피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커피 외의 메뉴들을 꾸준히, 그리고 과감하게 줄여 나갔어요. 베이커리류도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만 남기며 메뉴를 간결하게 재정비했죠. 그 과정에서 매출에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시 회복하기 위해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했고 다행히 매번 잘 극복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 역시 챔피언십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요.
(현기) 남미 구석구석을 돌며 산지 개발에 여념이 없을 때, 주연 대표의 우승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죠. 생산자를 만날 때도 실질적인 신뢰로 이어졌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오픈 10년 차, 변화가 절실했던 시기에 부단히 움직였기에 지금의 모모스가 있을 수 있었죠. 도약을 위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커피 산업에서 18년간 성장하며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은 파트너가 있나요?

(현기) 스페셜티 커피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커피리브레가 부산에서 진행한 스페셜티 커피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의를 한 서필훈 대표님이 제게 커피의 세계를 처음 열어 주셨죠. 그 자리에서 만난 블랙업커피의 김명석 대표님이 함께 미국 박람회에 가보자는 제안을 했고,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떴어요. 이후 커피 산지와 직거래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서필훈 대표님이 “같이 해보자”고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2013년부터 함께 출장 다니며 공동 바잉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존경하는 선배인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님은 배낭 메고 산지 다니던 시절,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제게 “위대해진다는 것은 위대한 시비를 버티는 것이다”라는 한 문장을 보내주셨어요. 그 말이 지금까지 마음속에 남아 힘든 순간마다 큰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어떤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나요?

(현기) 운영 초기엔 아무래도 미국의 인텔리젠시아 Intelligentsia나 스텀프타운 Stumptown 같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하지만 커피에 대한 저희만의 내공을 다진 지금은 유럽 쪽으로 미식, 건축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올해 봄, 직원 다섯 명과 함께 방문한 코펜하겐의 노마 Noma가 인상적이었어요. 편안한 공간과 진심 어린 직원들의 호스피털리티, 오픈된 랩실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도전 정신, 그리고 손님의 온전한 미식 경험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서비스까지.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모모스에는 근속 연수가 10년을 훌쩍 넘긴 동료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그 비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주연) 모모스는 배움과 성장의 감각을 길러주는 회사예요.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 마음이 이뤄졌을 때의 짜릿함을 공유하죠. 함께 일하는 동료야말로 가장 큰 복지라고 생각해요.
(현기) 모모스를 소개할 때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가 ‘과정 중에 있는 회사’예요. 커피 산업에서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 더 나아갈 의욕도, 재미도 없지 않을까요? 물론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을 위해 여러 복지 제도를 정비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꿈을 꾸면서 살 수 있을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일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거예요. 바리스타지만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커피를 통해 더 다양한 일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사업 아이템이었던 커피에 담긴 의미는 지금 어떻게 변했나요?

(현기) 자아 실현, 더 나은 삶, 팀원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20여 년간 이 방향성은 변하지 않았어요. 변한 건 성공하겠다는 개인의 목표가 구성원들, 생산지, 부산 등 우리의 터전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죠.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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