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을 시작하기 전, 이지혜는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서유럽 주요 도시를 도는 일정 중, 마침 칸 영화제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곧장 칸으로 향했다. “2010년 칸 영화제에서 <이브 생로랑의 아무르>라는 작품을 만났어요. 쉬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운명처럼 이 영화를 마주했고, 그 작품을 수입하면서 찬란을 시작하게 됐죠.” 일상이 일과 맞닿아 있는 그는 여행조차 영화제 출장 일정과 함께 이어간다. 라스베이거스 프리미어에 앞서 시애틀을, 베를린 영화제에 가기 전에는 부다페스트와 바르샤바를 가는 등 경유지를 여행 도시로 삼는 식이다. “바르샤바는 마침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콜드 워> 개봉 시기에 방문했어요. 스크린에서 본 도시를 직접 걸으니 감동은 배가되더군요.” 그에게 여행은 영화와 겹쳐질 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공간이 주는 위로와 감동을 경험했던 그는, 훗날 화재 사고를 다룬 <노트르담 온 파이어>를 수입하기도 했다. “화재로 다시는 갈 수 없는 장소가 됐지만, 영화를 통해 강렬했던 그날의 순간을 되새길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