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야 합니다

A   PERSONA   13

에디션덴마크 대표, 이지은

Nov 7, 2024

이지은은 ‘덴마크의 여유를 당신의 식탁에’를 슬로건 삼아 에디션덴마크를 꾸려 나간다. 가치 있는 식문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라며 매 순간 자신만의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완벽한 식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내가 직접 차린 나만의 식탁 아닐까요? 좋아하는 걸 찾는 데는 정성이 필요해요. 내가 더 좋아하는 맛, 내 몸에 더 잘 맞는 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시간을 들여 차린 식탁이야말로 자신에게 완벽한 식탁일 거예요. 세상에 천편일률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식탁은 없어요. 어떤 이에겐 좋아하는 농장의 원두로 커피를 내린 식탁이 완벽하고, 어떤 이에겐 단골 빵집의 사워도우와 좋아하는 버터로 차려낸 식탁이 완벽할 테니까요.

덴마크에서 체감한 가치를 에디션덴마크로 한국에 소개해 오고 있는데요. 처음 덴마크로 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까지 늘 정신없이 살아왔어요. 학교, 학원, 과외, 입시, 과제 등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냈죠. 언제나 성실히 해왔지만 그러는 중에도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지금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외모도 더 아름답게 가꿔야 하고, 모든 부분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었죠. 은연중에 스스로 나무라고 질책하며 살게 됐는데,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건 대학생 때 디자인 서머 스쿨을 이수하면서였어요. 덴마크에서 온 선생님, 학생들과 4주 동안 함께하는 과정이었는데요. 마지막 날 선생님이 “너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면 좋겠어”라는 메시지를 적어 주셨거든요. 저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덴마크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덴마크에서 인턴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기는 나여도 괜찮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덴마크에서는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죠. 덴마크 사람들의 마인드 셋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저 자신을 단속하고 채찍질하던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덴마크는 이지은이라는 사람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준 곳이어서 늘 고향 집 같은 애틋함이 있죠.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큐레이션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에디션덴마크는 한국 브랜드지만 제품은 덴마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을 고민한 적이 있어요. 결국 에디션덴마크의 뿌리는 한국도, 덴마크도 아닌 저 자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저는 덴마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으로 덴마크를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저만의 시선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는 덴마크 브랜드를 발굴하면서 세상에 필요한 제품들을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이로운 영향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등 명확한 이유가 있는 제품을 들여와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큐레이션을 진행해 나가죠.

큐레이션 제품들은 에디션덴마크의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죠.

제품을 어떻게 내려 마시는지 소개하거나 궁금한 걸 답해줄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세팅해 나갔어요. 오프라인 공간은 우리가 소개하는 제품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제공하자는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명칭도 카페보다는 쇼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서촌 쇼룸에서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커피와 티, 꿀을 중심으로 선보여 오다가 2022년에는 영역을 좀 더 확장하고자 서울숲에 ‘밋보어 MitBord’를 만들었어요. 밋보어는 '식재료 자체가 맛있으면 단순하게 먹어도 맛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음식으로 덴마크의 식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는 제가 해나가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에 담긴 가치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하고, 공간을 통해 경험을 선사하고, 변화를 나누고 공유할 장을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요.”

직원들을 에디터라고 부르는 게 흥미로워요.

공간의 역할을 카페라고 생각했다면 바리스타라고 불렀을 거예요. 바리스타는 음료의 퀄리티와 매장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이 두드러지는 명칭이에요. 물론 이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직원들의 진짜 역할은 에디션덴마크가 궁금해서 공간에 찾아오는 분들께 브랜드를 잘 소개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에디션덴마크의 가치를 담아 큐레이션하고, 우리 제품과 브랜드를 잘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에디터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에디터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우리 공간에 왔을 때 기분이 좋아야 한다’예요. 모든 손님에게 똑같은 말투, 일률적인 친절함으로 대하기보다는 센스 있게 상대와 상황에 맞춰 응대하는 걸 기본으로 삼고 있어요.

공간 경험을 주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직접 방문해서 브랜드와 제품을 감각하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경험이에요. 저희가 공간을 통해 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건 경험을 통해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커뮤니티거든요. 예컨대, 윤리적으로 생산되는 커피 제품을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잘 만들어진 커피는 설명 없이, 맛만으로도 제품이 궁금해지거든요. 실제로 저희 공간에서 커피를 마신 손님들은 “이 커피는 뭔가 달라요. 다채로운 향이 나요”와 같은 이야기를 먼저 건네곤 해요. 공간에서 직접 경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까지 소개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은 중요해요.

브랜드를 전개하며 여러 도전과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일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있나요?

만족이요. 올해로 에디션덴마크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을 것이기에 성공했느냐는 물음엔 딱 잘라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느냐 묻는다면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지금 저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웃음)

처음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마주한 어려움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궁금해요.

사업 경험 없이 어린 나이에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사실 지금도 하루하루가 문제 해결의 과정이에요. 처음에는 론칭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론칭하고 나니 또 다른 사건∙사고가 생기더라고요. 하나하나 모르던 것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사업적인 측면에서 많이 배웠고, 브랜드도 저도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 크고 작은 문제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도 하게 됐죠.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도 정말 하고 싶던 일에 차질이 생기거나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면 영향을 받는데요. 힘들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빨리 털어내려고 해요. 문제를 맞닥뜨리고 당황하기보다는 빠르게 마인드 셋을 바로 잡아 해결 방안을 찾는 거죠.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대표님과 같은 커리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남기고 싶나요?

최근 저는 속도에 관해 생각하고 있어요. 에디션덴마크가 작은 규모일 때는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팀원도 늘었고 프로젝트 규모도 커졌어요. 그만큼 퀄리티가 더 중요해졌죠. 우리가 어떤 브랜드이고, 사람들이 우리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려면 뭐든 부딪쳐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전히 속도를 내서 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춰서 제대로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일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 나가면서 빠를 땐 빠르게, 차분할 땐 차분하게 해나가는 게 중요할 거예요.

SNS 프로필에 ‘Life and work in progress‘라는 소개 문구를 적어두었죠.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고 느껴지는데,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데,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더 많은 일을 시도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에 담긴 가치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하고, 공간을 통해 경험을 선사하고, 변화를 나누고 공유할 장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제가 계속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니까 금전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더욱 즐겁게 해나갈 수 있겠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개운한 마음으로 잠드는 거요. 값비싼 물건을 소유한다고 해서 개운한 마음까지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마음이 편하려면 많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간소한 삶을 꾸릴 수 있는 적당한 재정과 나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라면 개운하게 잠들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그런 삶을 살고 있나요?

아주 개운하진 않지만 (웃음) 지금 제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에디터 이주연(산책방)
포토그래퍼 맹민화


Recommended

A PERSPECTIVE is a digital content platform developed througha partnership between Magazine B and Pole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