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던 시절, 임호준의 캐비닛엔 늘 향수가 놓여 있었다. 고객을 만나기 전, 회의가 끝난 직후,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그는 습관처럼 향수를 뿌렸다. “향이 바뀌면 마음도 따라 바뀌어요. 작아진 마음에 자신감을 주기도,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죠.” TPO에 따라 향을 고르고 뿌리며 자신을 다잡던 임호준은 2022년 자신의 향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렇게 탄생한 ‘본투스탠드아웃’은 누군가의 아주 사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향을 만든다. 가죽 다이어리에 와인을 쏟은 어느 밤은 ‘퍼플 스테인 Purple Stain’으로, 연인이 떠난 침대 위의 공기는 ‘네이키드 런드리 Naked Laundry’라는 향으로 남았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창의적인 것이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을 향에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는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향수를 하나씩 꺼내 시향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기성품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향을 맡는다는 것. “좋아하던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부담도 생겼지만, 향만큼은 여전히 저를 가장 솔직하게 만들어줘요. 예전엔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아다니는 게 낙이었다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향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