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의 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향

A   PERSONA   39

본투스탠드아웃 대표, 임호준

Jun 19, 2025

향수

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던 시절, 임호준의 캐비닛엔 늘 향수가 놓여 있었다. 고객을 만나기 전, 회의가 끝난 직후,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그는 습관처럼 향수를 뿌렸다. “향이 바뀌면 마음도 따라 바뀌어요. 작아진 마음에 자신감을 주기도,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죠.” TPO에 따라 향을 고르고 뿌리며 자신을 다잡던 임호준은 2022년 자신의 향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렇게 탄생한 ‘본투스탠드아웃’은 누군가의 아주 사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향을 만든다. 가죽 다이어리에 와인을 쏟은 어느 밤은 ‘퍼플 스테인 Purple Stain’으로, 연인이 떠난 침대 위의 공기는 ‘네이키드 런드리 Naked Laundry’라는 향으로 남았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창의적인 것이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을 향에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는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향수를 하나씩 꺼내 시향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기성품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향을 맡는다는 것. “좋아하던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부담도 생겼지만, 향만큼은 여전히 저를 가장 솔직하게 만들어줘요. 예전엔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아다니는 게 낙이었다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향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있죠.”

“좋아하던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부담도 생겼지만, 향만큼은 여전히 저를 가장 솔직하게 만들어줘요.”

임호준의 취향이 스민 향수 4


블루 진스, 베르사체

임호준을 향의 세계로 이끈 인생 첫 향수. 향수가 지금처럼 일상적이지 않던 시절, 10대 소년은 자신만의 무언가를 갖고 싶어 베르사체 Versace의 블루 진스 Blue Jeans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임호준은 매주 한 개 이상의 향수를 모으고 있다.


마카롱, 카이세 퍼퓸스

LA의 센트 바 럭키센트 Luckyscent에서 블라인드로 구입한 카이세 퍼퓸스 Kyse Perfumes의 향수, 마카롱 Macarons. 럭키센트의 스타 매니저라 불리는 스티븐 곤타르스키 Steven Gontarski의 추천 제품으로 달달한 바닐라 향이 매력적이다.


더티라이스, 본투스탠드아웃

임호준의 기억에서 가장 오래된 향을 각색한 향수이다. 어릴 적부터 '갓 지은 밥 냄새'를 좋아해 밥이 다 지어질 즈음 밥솥이나 아궁이에 얼굴을 내밀고 향을 맡던 추억이 담겨 있다. 갓 지은 밥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에 섹슈얼한 톤을 더해 본투스탠드아웃만의 무드를 담았다.


뮤스크라바줴, 프레데릭 말

십수 년전 연예인 향수로 주목받기 전부터 이용하던 제품으로, 임호준은 프레데릭 말 Frederic Malle의 뮤스크라바줴 Musc Ravageur를 통해 처음으로 섹시한 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전한다. 리뉴얼 이후 처음의 강렬함은 줄어들었지만, 세번째 구입할 정도로 여전히 아끼는 향수다.


에디터 정신오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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