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재가 영화를 통해
확장시키는 내면의 세계

A   PERSONA   57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현재

Dec 4, 2025

글쓰기와 풋살, 재즈와 힙합, 커피와 베이킹, 테니스와 러닝, 캠핑과 LP, 향수와 시집까지. 노현재는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에게 영화는 새로운 경험의 스위치를 켜주는 일종의 부스터다. 영화나 다큐에서 마음이 ‘툭’ 움직이는 장면을 만나면, 작심삼일이어도 좋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장면을 일상에 들인다. 그렇게 낯선 경험을 하나씩 쌓다 보면 생각과 감정의 결이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의사로서의 시야도 넓어진다. 지루함을 잘 버티지 못하는 성향 덕분인지 이런 시도들은 그의 삶에 리듬을 만들고, 진료에도 깊이를 더한다.

노현재의 진료실에서의 태도에 영향을 준 영화 4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6년째 <라이프> 매거진에서 일하던 월터가 폐간을 앞둔 마지막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노현재는 이 영화에서 ‘작은 행동이 삶의 흐름을 바꾼다’라는 힘을 발견했다. 진료실에서도 우울과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그는 늘 큰 목표보다 ‘조금의 변화’부터 시도하길 권한다. 월터가 필름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그의 마음에 오래 남았고, 실제로 필름 카메라와 루페, 슬라이드 영사기를 들여 일상과 여행을 기록하는 취미로 이어졌다.


<패치 아담스>

유머와 장난기,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는 패치의 태도는 경직된 의료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이 영화는 노현재가 의료라는 행위의 본질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로 다시 바라보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소아과 병동 인턴 시절, 환아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동물 모양 청진기 커버와 작은 인형을 사용했던 그의 경험 역시 이 감각과 맞닿아 있다. 지금도 호랑이 모양 청진기 커버를 보관하는 이유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작은 정원에서 마들렌을 맛보는 순간, 잊힌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노현재는 이 작품을 통해 진료실 역시 환자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베이킹을 즐기는 그에게 마들렌은 이후 ‘마음을 부드럽게 안정시키는 빵’으로 자리 잡았다.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El Sistema’를 통해 아이들이 음악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클래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있는 세계임을 보여준다. 노현재는 이 작품을 보며 치료가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와 나란히 걸으며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피아노와 드럼을 즐기는 그에게 아이들의 내면이 음악을 통해 변화하는 장면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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