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코스가 ‘좋은 골프 코스’라고 생각해요. 골프는 인간과 자연의 가장 원초적인 상호작용이 녹아 있는 스포츠예요. 1400년대 스코틀랜드 바닷가에서 양을 키우던 목동들이, 양이 풀을 뜯어 평평해진 들판에서 돌멩이를 지팡이로 치던 놀이가 하나의 게임으로 발전한 것이 그 시작이니까요. 돌이 토끼굴로 들어가거나 언덕을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곧 자연과의 상호작용이었죠. 진짜 명품 코스란 플레이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과거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는 곳입니다. 지형을 파괴해서 만든 코스는 자연에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되죠.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형과 생태를 깊이 이해해야 친환경적인 코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초보자부터 프로선수까지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코스여야 해요. 설계자가 티잉 그라운드 teeing ground, 페어웨이 fairway, 그린, 벙커를 배치할 때, 초보자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상급자들은 도전할 수 있는 장애물을 지혜롭게 배치한 코스가 좋은 코스입니다. 골프는 자연도, 사람도, 경험도 배제하지 않는 스포츠니까요. 코스 역시 그런 태도를 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