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에게 계절의 즐거움을
건네는 공예

A   PERSONA   64

희녹 대표, 박소희

Jan 29, 2026

박소희에게 럭셔리는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누리는 일'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계절과 호흡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삶을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봄에는 벚꽃을 보고, 코끝이 시려올 무렵에는 김장을 담그며, 때에 맞는 그릇으로 식탁을 차리는 일상은 어릴 적에는 번거롭게만 느껴졌던 부모의 생활 방식이었다. 하지만 30대가 되어서야 그는, 그런 순간 하나하나에 마음을 들이지 않으면 결코 누릴 수 없는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박소희는 부모에게서 배운 그 태도를 바탕으로 계절을 챙기며 순간을 누리는 법을 아이에게 전하는 중이다.

박소희의 겨울을 채우는 공예품 4


벚나무 트레이, 박환희

갤러리 표고에서 구입한 박환희 작가의 손 모양 목재 트레이로, 손끝이 거칠어지는 겨울이면 가장 먼저 꺼내는 물건이다. 뒷면에 적힌 ‘제주 귤나무’라는 문구에 끌려 구입했지만, 실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옆에서 자란 벚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이라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트레이 위에 핸드밤을 올려두면, 마치 손바닥 안에 폭 안긴 듯한 모습이 되는데, 박소희는 그 정겨운 형태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고 말한다.


호롱불, 이승정

인사동에 위치한 공예숍 장생호에서 구입한 호롱불로, 다양한 모양의 호롱불을 만들어온 이승정 작가의 작품이다. 박소희는 오래전부터 호롱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며, 작은 불빛만으로도 공간의 온도가 달라지는 듯하다고 말한다. 불을 밝히기 위해 심지를 고르게 자르고 파라핀을 채운 뒤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일은 다소 번거롭지만, 그는 이런 정성스러운 과정이 호롱불을 사용하는 시간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금속함, 김현성

금속공예가 김현성이 제작한 보울로, 손으로 한 겹 한 겹 표면을 덧칠해 완성한 질감이 특징이다. 박소희는 금속 오브제는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김현성 작가의 금속함은 물건을 넣었을 때의 담음새가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뚜껑까지 한 세트로 구성된 금속함은 접시로 활용할 수 있고, 내용물을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일상에서 쓰임이 많다. 주로 귤이나 과자, 김부각 같은 주전부리를 담는 용도로 사용한다.


유리 주전자, 월 한남

책상에 앉아 호롱불을 켜고 차를 마시며 기록하는 일은 겨울을 보내는 박소희의 소소한 루틴이다. 차를 마실 때 자주 사용하는 투명한 유리 주전자는 한남동에 위치한 구움과자점, 차차이테에서 처음 발견한 제품으로 맑고 깨끗한 질감에 반해 공예숍 월 한남 Wol Hannam에서 곧바로 구입했다. 그는 유리 주전자에 말린 작두콩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맑은 물이 서서히 호박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워, 겨울마다 이 찻주전자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에디터 정신오
포토그래퍼 맹민화


Recommended

A PERSPECTIVE is a digital content platform developed througha partnership between Magazine B and Pole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