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이 발견한
빈티지의 이유

A   PERSONA   1

패션 디렉터·스타일리스트·매거진 ‘벨보이’ 편집장, 박태일

Sep 2, 2024

신발

박태일이 인생에서 가장 처음 자신의 의지로 산 물건은 농구화다. 중학생 시절 선풍적 인기를 끌던 NBA와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매료된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농구화로 옮겨갔다. 고심 끝에 고른 모델 리복의 ‘인스타펌프’는 밑창이 다 뜯어져 반으로 쪼개질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농구화를 통해 패션에 눈을 뜨게 된 그에게 여전히 신발은 애틋하고, 소중한 카테고리다. 신발이 단순히 기호의 시작인 것만은 아니다. 패션 에디터로서, 나아가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박태일의 저변을 넓혀준 존재 역시 신발이다. 매일 신발 사진을 찍어서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 덕분에 그를 따르는 팔로워도 늘어났고, 몸담았던 매거진 <GQ>에서 신발을 다루는 기사는 두말할 것 없이 그의 담당이었다. 이렇게 신발을 사랑하는 그에게 평생 한 가지 신발을 신는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냐는 잔인한 질문을 던졌더니, “아무것도 안 신겠습니다. 평생 한 가지 신발만 신는다는 것은 저에 대한 기만이에요”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끝으로 박태일은 하루하루 커가는 아들의 발을 확인하며 부디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과 사이즈가 똑같기만을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들이 빈티지 제품으로 남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데엔 당연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빈티지

박태일에게 빈티지는 누군가의 역사를 계승할 수 있는 매력적 매개체다. 희귀한 리바이스 66 전기형 501이든 엊그제 누가 버린 티셔츠이든 상관없이, 그는 빈티지를 흥미로운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작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 위해 동대문 인근 빈티지 숍을 이 잡듯 뒤졌다. 평소 오래된 것에 매력을 느끼는 그에게 빈티지의 낡은 미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들이 빈티지 제품으로 남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데엔 당연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저는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해요. 해외 록 밴드의 빈티지 티셔츠를 모으는데요. 공연장에서 티셔츠를 구입했을 팬의 마음을 복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일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 송중기(진도준 역)의 스타일링을 담당해, 극 중 배경인 1990년대의 빈티지 의류를 찾아다녔다. “어린 시절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폴로 더플코트, 블루종, 모자를 30년이 흘러 일 때문에 구입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물론 그때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건 아이러니하지만요.(웃음)”

박태일이 추천하는 서울의 빈티지 숍 5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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