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에게 빈티지는 누군가의 역사를 계승할 수 있는 매력적 매개체다. 희귀한 리바이스 66 전기형 501이든 엊그제 누가 버린 티셔츠이든 상관없이, 그는 빈티지를 흥미로운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작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 위해 동대문 인근 빈티지 숍을 이 잡듯 뒤졌다. 평소 오래된 것에 매력을 느끼는 그에게 빈티지의 낡은 미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들이 빈티지 제품으로 남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데엔 당연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저는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해요. 해외 록 밴드의 빈티지 티셔츠를 모으는데요. 공연장에서 티셔츠를 구입했을 팬의 마음을 복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일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 송중기(진도준 역)의 스타일링을 담당해, 극 중 배경인 1990년대의 빈티지 의류를 찾아다녔다. “어린 시절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폴로 더플코트, 블루종, 모자를 30년이 흘러 일 때문에 구입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물론 그때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건 아이러니하지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