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우리를 응원합니다

A   PERSONA   22

마케터·작가, 서은아

Jan 16, 2025

서은아는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글로벌 플랫폼 M사의 동북아시아 및 호주/뉴질랜드 마케팅 총괄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28년째 이어왔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직함보다 ‘응원대장 올리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의 멘토이자 한 아이의 엄마, 리추얼 메이커, 작가라는 그의 수많은 갈래의 뿌리에는 응원하는 마음이 자리한다. 

2024년의 회고를 3개월 동안 진행했다고요?

올해 처음으로 아주 긴 회고를 거쳤어요. 회사에서 한 해 플래닝을 6개월간 진행하거든요. 그렇다면 내 삶에 있어서는 적어도 3개월 동안 여유 있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저는 일, 삶, 배움, 성장, 관계, 가족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일에 있어서 이룬 지점, 기꺼이 배우고자 행동으로 옮긴 것들, 새롭게 발견한 성장의 흔적,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보낸 시간으로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졌다고 느껴지는 지점 등을 구체적으로 짚어봤어요. 하나하나 짚어보지 않으면 모른 채 지나갈 것 같더라고요.

회고를 묶어주는 하나의 키워드를 도출해 본다면요?

역시 ‘응원’이 아닐까 싶네요.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응원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되는 해였어요. 첫 책 <응원하는 마음>을 출간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이제는 응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위로나 용기, 경청과 옆에 있어 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면, 이제는 응원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답을 찾아가는 2025년이 될 것 같네요.

‘응원대장 올리부’ 라는 이름으로 본인을 소개하고 있죠.

응원이라는 단어는 마흔살이 되던 해에 만났어요. 많은 조직을 거쳤고 그 곳에서의 역할로 저를 소개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조직을 빼고 나를 설명하기가 어려웠어요. 내 일의 형태나 마케팅의 청중이 계속 달라졌는데도, 왜 일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은 똑같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나온 본질적 답이 응원이었던 거죠. 제가 유독 좋아했던 프로젝트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생각해 봤더니 학생 개발자들의 삶을 응원했기 때문이었고, 왜 그렇게 광고주들과 함께 울고 웃었는지 돌이켜 보면 소상공인들의 사업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더라고요.

응원대장으로써 응원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응원은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는 거예요. 상대의 마음이 어떤 가면을 쓰지 않은 채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저의 응원의 시작이에요.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해서 옆에 자주 서 있어 주고 어깨가 조금 내려가 있으면 토닥거려주고, 밥 한번 먹으면서 같이 깔깔거리며 웃고, 좋은 일이 있다고 하면 그들만큼 좋아해 주죠. 제가 회사 생활한 지가 28년 정도 됐는데 회사가 정말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우리 팀이 함께니까 괜찮아요. 버틸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순간들을 많이 마주했어요. 우리가 함께여서 힘을 보태어 줄 수 있다는 마음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응원이 삶에도 일에도 다 중요해요. 내가 넘치는 힘을 가질 땐 나누고 제가 부족할 땐 그들에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상대의 마음이 어떤 가면을 쓰지 않은 채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저의 응원의 시작이에요.”

회사의 리더이자, 리추얼 메이커, 응원 대장, 작가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시간을 운영한다고 얘기해요. 시간의 리듬을 잘 타서 빠른 템포에는 빠른 춤을 추고 느린 템포일 땐 천천히 해 나가죠. 물리적인 일의 양과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조절할 수 없지만, 제가 해내야 하는 역할들을 중첩하면서 시간을 채울 수 있어요. 엄마의 시간과 응원대장의 시간을 합치고 싶으면 아이와 응원마켓 설치를 같이 갈 때도 있고, 일주일 중 하루는 재택근무를 하며 같은 방에서 아이는 공부에, 저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는 식으로요.

지금과 같이 건강하고 다정한 태도를 확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삶의 원칙이 선명하게 세워지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부터였어요. 그전에는 그냥 열심히 살았어요. 그날그날 열심히 사는 게 좋았거든요. 아이가 태어나니까 뚜렷한 방향성이 생기더라고요. 어제 못다 한 걸 내일은 더 이루었으면 좋겠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현실과 이상이 다른 상황과 이를 조율해야 하는 과정 안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이나 줏대가 확실하지 않으면 무척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절박하게 나를 지키는 가치관이나 태도에 대한 것들을 챙기게 된 것 같아요.

다정함만으로 안 될 것 같은 순간을 겪을 때는 자신의 태도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를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아주는 건 ‘다를 수 있다’라는 생각이에요. 이러한 마음도 아이로부터 배웠는데요.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던지거나 제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물건을 다룰 때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이렇게 다짐하고 나니, 직장에서도 ‘오늘의 대답은 오늘의 우리가 찾는다’고 생각하고 ‘모두 다를 수 있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사회 초년생 시절, 20대 중반쯤이에요. 학교를 졸업했는데 IMF가 터졌고, 회사가 망하기도 했죠.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스스로 내 삶이 망가지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내게 기회가 오는 걸 기다릴 게 아니라 모든 게 나의 기회가 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죠. 창고 정리 업무가 주어졌을 때는 그 일을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일처럼 대했어요. 작은 일에서도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결과를 만들어내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기회가 될 수 있고, 나를 빛나게 만드는 건 결국 내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배움을 얻었죠. 이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저의 원동력이 되어온 것 같아요.

일과 삶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계획하잖아요. 힘들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렸을지 궁금한데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오히려 무모하고 용감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이 아닌 작은 온라인 광고 회사를 선택할 때도, 그런 대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저 자신에게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웃음) 물론 후회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그 순간의 선택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첫 회사 퇴사 후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젊을 때 하는 게 리스크가 더 적다는 나름의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었고요. 회사가 망한 후에는 안전한 조직, 경제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선택을 했고, 안정성을 찾은 후에는 꿈꾸던 회사에도 들어오게 되었죠. 항상 순간에 집중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한 최선의 마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과정들이 지금까지 저의 로드맵을 잘 만들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해요.

30년 가까이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는데요.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즐겁게 일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마케팅은 마음을 얻는 일이에요. 마음을 얻는 일은 매번 새롭고 설레죠. 항상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때마다 일 너머의 것들을 내다볼 수 있도록 노력해요. 하기 싫은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 이 일 뒤에 얻을 수 있는 성장과 성공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그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마케팅의 본질, 그리고 어려운 일도 기꺼이 해내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찾아내죠.

에디터 한동은
포토그래퍼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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