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신신의 일상을 채우는 수집품

A   PERSONA   21

스튜디오 신신 그래픽 디자이너, 신동혁·신해옥

Jan 9, 2025

전시 

전시는 신해옥과 신동혁의 주요 작업 중 한 영역을 차지한다. 포스터와 리플릿, 도록 등 전시 전반에 그래픽 디자인이 필요한 요소들을 만들어 오면서 전시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과거엔 큐레이터나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이젠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고 편하게 작품을 보려고 한다. “공부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오독하고 오해함으로써 얻는 영감도 더 커요. 나만의 상상에 빠져들게 하는 촉매제로서 작품을 보는 것이지, 기획자나 작가의 의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신동혁은 아주 지루한 전시에서도 분명 흥미로운 발견이 일어나며, 열린 태도가 관람을 더 즐겁게 해준다고 말한다. 신해옥은 작품이 놓이는 전시 공간에서 오는 감각의 힘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일본 도쿄도 정원 미술관은 우리에게 전시 공간의 중요성을 알려준 곳이에요. 몇 년 전 <20세기 포스터전>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아름다운 정원과 아르데코 양식의 건축과 실내 디자인이 정말 근사했죠. 이후 한국에서도 같은 전시가 진행돼 다시 찾았는데 그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전시가 작품을 보기 위한 것만이 아님을 크게 깨달은 계기가 됐죠. 국내에서는 김환기 미술관을 가장 좋아해요.”

“오독하고 오해함으로써 얻는 영감도 더 커요. 나만의 상상에 빠져들게 하는 촉매제로서 작품을 보는 것이지, 기획자나 작가의 의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그래픽 디자인 수집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의 특기는 타이포그래피다. 언어의 의미적 전달과 디자인, 미학적 접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단위에서부터 조직하고 설계하는 창의성과 질서를 디자인 면면에 반영한다. “타이포그래피는 활자를 운용해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거나 의도를 전달해요. 낱글자일 땐 별 의미 없던 것들도 조직 방식에 따라 단어와 메시지가 될 수 있죠. 그런 작동 기재를 우리가 만든 그래픽 디자인 영역 전반에 녹여내고자 추상적으로 사고하려고 해요. 공간을 볼 때도 타이포그래피에 빗대어 질서와 규칙을 만들곤 하죠.” 20년 넘게 모은 그래픽 디자인 관련 서적으로 가득 찬 2층 서재를 비롯해 집안 곳곳은 책들로 넘쳐난다. 식탁 옆에 꾸린 작은 서가는 자유와 질서를 동시에 포용하는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 Karel martens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 그가 디자인한 네덜란드 건축 저널인 <오아세 OASE>를 중심으로 <20세기 소년>을 비롯한 만화책 시리즈와 전시 도록들이 꽂혀있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운 다양한 책들이 혼재하는 공간처럼,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를 결합하고 어떤 논리를 주입해 배열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그래픽 디자인 특유의 납작하고 가벼운 특성이 좋아요. 전 세계적으로 유통할 수 있고, 일상의 디자인이라는 점 또한 타 분야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무기이자 장점이죠.””

신해옥과 신동혁의 그래픽 디자인 컬렉션


핀 버튼

그래픽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라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수집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핀 버튼이다. 구입한 시기도 장소도 제각각이라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인 동시에, 여러 핀 버튼을 조합해 가방에 달아 스타일링하기도 한다.


티셔츠

그래픽 티셔츠는 입을 수 있는 포스터다. 때때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기도 해 어떤 계보나 카테고리 없이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입한다. 이 집의 정리 정돈은 신동혁이 맡고 있는데, 티셔츠를 수집하는 것 만큼 둘이 모아둔 옷들을 차곡차곡 색깔별로 정리하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픽 디자인 관련 서적이 아니더라도 책은 이들의 교과서이자 영감을 주는 요소다. 책을 읽는 행위는 텍스트를 읽고 그 안에 이미지를 보며 해석하는 것뿐 아니라 꺼내고 펼치는 과정에서의 감각 또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늘 주변에 책을 두고 자주 만지고 펼쳐보며 무게를 가늠하기도 하고, 책장이 잘 넘어가는지 살피며 제본 방식이나 인쇄 사양에 아이디어도 얻는다.


포스터

신신은 창의적인 포스터 디자인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신해옥의 첫 책 <Gathering Flowers>를 위한 포스터는 한 면에 꽃 이미지를, 다른 면에 텍스트를 넣어 꽃다발 형태로 쥘 수 있도록 만들었고, 부산현대미술관 <능수능란한 관종> 전시에서는 돌돌 말아 쥐면 확성기가 되고, 티셔츠처럼 입을 수 있는 등 쓰임새를 부여한 포스터를 제안했다. 10년 동안 작업한 포스터를 모아 해체하고 다시 겹겹이 이어붙인 ‘포스터 콜라주’ 작업은 개인전 <참 참 참>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에게 포스터는 납작하고 제한적인 매체가 아니다. 가볍지만 가장 입체적으로 디자인성을 부여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큰 매개체다.


에디터 이은경
포토그래퍼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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