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음을 뒤로 하고 내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A   PERSONA   14

패션 디자이너·콰니 대표, 손경완

Nov 14, 2024

50만개 이상 판매된 국민백 브랜드 콰니의 시작은 블로그에서부터였다. 콰니의 대표 손경완은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고, 내면에 귀 기울이며 작은 아이디어를 탄탄한 내공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어느 누군가는 대표님을 어느 날 갑자기 온라인 세상에 뚝 떨어진 패션 디자이너라 생각할 법도 합니다. 스터드 백을 만들어 판매할 용기는 어디서 출발했나요?

처음부터 가방 브랜드를 열고자 준비한 건 아니예요. 그렇기에 엄청난 용기보다 ‘이 디자인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직관으로 시작했어요. 저는 보통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거든요. 어느 날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어떤 여성이 가방 속 무언가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소지품을 쏟아내는 상황을 봤어요. 그 모습을 보고 불현듯 지퍼 대신 중앙의 홀을 통해 편하게 물건을 쉽게 꺼낼 수 있는 가방 형태가 떠올랐죠. 스터드 백은 아티스틱한 창의력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기보다 세상이 제게 준 선물이자 꼭 해내야 할 과업처럼 느껴졌어요.

숙명처럼 주어진 영감일 지라도 실행으로 옮기기 쉽지 않잖아요.

저는 기동력이 있는 편이에요. 추진력도 좋고요. 하지만 처음 스터드 백을 만들 당시 현실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여건이었어요. 아이 셋이 3살, 5살, 6살이었고 남편도 한창 바쁠 때였죠. 그렇기에 거창하게 롱텀의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사무실을 구하는 대신 제게 주어진 환경인 집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시작했어요.

2013년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파고든 끝에 발견한 가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패션의 감초이자 킥 kick이죠. 옷의 경우 굉장히 턴 오버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하잖아요. 가방은 그보다 롱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어요. 더욱이 콰니는 데일리 백을 지향해요.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클래식한 형상 안에서 디자인을 출발해요. 사실 매일 사용하기 좋은 가방은 와우 포인트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가방 디자인이 더욱 어렵기도, 재밌기도 해요. 저희가 출시하는 가방 중 70%의 아이템이 롱런하지 못하지만 나머지 30%의 히트하는 제품을 만들어냈을 때 그만큼 기쁜 게 없어요.

세상에 완벽한 디자인이란 있을까요?

살바도르 달리가 “완벽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마라. 어차피 결코 완벽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죠. 완벽한 디자인은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정 그리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계속해서 제 마음을 관찰하는 일이요. 마음이 괴로우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잖아요. ‘내 마음이 온전한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평정심을 찾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걸 바라볼 수 있는 듯해요. 좀 더 나아가 나를 제외한 것들을 볼 때는 아름다운 것을 자꾸 찾아내려는 노력을, 자신을 바라볼 때는 객관성을 갖고 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미감을 키울 수 있는 듯합니다. 특히 패션은 자신의 단점을 확실히 알고 그것을 가릴 때 장점이 살아나거든요. 나에게 기민하되 타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눈을 가질 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봐요.

“나만이 가진,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가치관 없이는 흔들리기 쉬운 시대예요. 흔들리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신념이 중요하죠.”

디자이너 브랜드가 셀 수 없이 많아진 지금, 콰니의 생존 방식은 무엇인가요?

세상엔 멋진 디자이너가 참 많아요. 그러나 주위 디자이너들의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의식적으로 많이 찾아보지 않으려 하고요. 너무 많은 걸 보고 느끼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기동력도, 추진력도 떨어지게 되죠. ‘이렇게 멋진 디자인으로 삽시간에 사람들의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고 리스펙트하지만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잖아요. 그렇기에 트렌드를 읽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려 해요. 매 시즌마다 런웨이 룩을 보되 가방 디자인은 안보는 식이죠. 또 유행하는 스타일에서 가방에 적용하면 재밌을 컬러나 디테일을 캐치하는 일만큼이나 콰니가 가진 생각, 정체성에 깊이 몰두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 즉 ‘콰니’다움은 무엇일까요?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나 단어로 규정하긴 어려워요. 그럼에도 저희 구성원끼리 공유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건 콰니스럽지 않아’라며 폐기할 때도 있고요. 굳이 표현해본다면 미니멀함과 페미닌함 그 어디에 있지 않을까요? 저희 팀을 지나간 디자이너들을 생각해볼 때 뛰어난 능력을 지닌 친구들이라 이러한 브랜드의 정체성, 감수성을 영민하게 캐치해주었어요. 제가 인복이 있는 편이거든요. (웃음)

리더에게는 좋은 사람을 찾아내는 눈도 중요하잖아요.

지금까지 결이 잘 맞고 감각적인 친구들과 일해왔어요. 저는 눈빛이 선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또 대화를 할 때 보통 언어의 흐름이나 쓰는 단어가 행동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기에,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일하고자 하죠. 동시에 저 스스로는 리더로서 함께하는 친구들이 ‘어떤 새로운 일을 할 때, 즐거울 수 있을까?’ ‘이들에게 흥미로운 일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해요.

대표님만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이 있나요?

아주 명확합니다. 제 마음에 미련이 남으면 실패했다고 여겨요. 수치는 안 좋더라도 최선을 다했고 제 마음에 어떠한 후회도 없다면 이건 성공이죠. 리더는 끊임없이 수익을 내며 비즈니스를 영속시키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수치만으로 성과를 결정한다면 저 또한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에요. 제 안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만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말을 구성원들에게 자신있게 할 수 있죠.

블로그를 통해 콰니를 시작했고 개인 및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 모두 10만 명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했습니다. 콰니의 성장 서사에서 SNS를 빼놓을 수 없는데 운영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일관성과 진정성이죠. 현실에서 팔로워를 직접 만날 때면 쉽게 다가와 인사해주세요. 제게 내적 친밀감을 갖고 있는 듯 느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줄곧 피드에 제가 가진 삶의 가치나 신념을 녹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굳이 애쓰지 않아도 각자 지닌 실력이나 가치, 신념은 어디선가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 제 삶의 경험이나 성장 과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들이 녹여졌고 팔로워들과 친밀감을 쌓은 듯해요. 반면 소위 뜨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밈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은 제게 전무합니다. (웃음)

이따금 SNS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소란해지곤 합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도 되고요.

예전에 아프리카 출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닌 소녀를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제 부계정에 소녀의 사진과 함께 ‘삶에서 상대적인 빈곤감이나 박탈감같은 마음만 사라져도 우린 한층 더 풍요로울 수 있겠다’고 업로드했습니다. 제게도 상대적인 박탈감은 늘 찾아옵니다. 이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의 신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만이 가진,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가치관 없이는 흔들리기 쉬운 시대예요. 흔들리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신념이 중요하죠.

삶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신념이나 태도가 있다면요.

마음의 중심을 아주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

에디터 유승현
포토그래퍼 윤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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