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을 개발하는 일은 늘 쉽지 않아요. 그래서 때로는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처음 모스를 만들고 패턴을 개발해 카드, 노트, 포장지 등을 내놓았는데, 그간 억눌러 왔던 욕구를 한꺼번에 터뜨린 기분이었어요. 모스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을 무모할 만큼 원 없이 해봤죠. 돈도 많이 썼고요.(웃음) 실패한 작업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확신이 들 만큼 행복했어요. 하지만 패턴 개발은 긴 호흡의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뚜렷한 데드라인도 없다 보니 시간이 자꾸만 지체돼요. 여기에 클라이언트 작업, 브랜드 운영, 온라인 판매 등 팀 업무 범위가 자꾸 확장되면서,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어요. 올해는 다른 일들에 밀려서 정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게 됐죠. 그렇게 시간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원래 갖고 있던 ‘감각’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래픽이 잘 나오면 너무 설레서 잠도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 설렘이 없어요. ‘내 감각이 왜 이렇게 무뎌졌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스스로에게도 충격적인 순간이에요.